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 관련자들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번 조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겨냥한 대통령 행정명령 13382호에 근거한 조치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과 관련해 북한을 직접 겨냥한 첫 독자 제재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12일(현지시간) 북한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관여한 북한 국적 6명과 러시아인 1명, 러시아 단체 1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이들과 거래하는 것도 금지된다.
재무부는 “북한이 지난해 9월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해 6차례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다”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진전을 막고 관련 기술을 확산하려는 시도를 저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외교와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 요구에도 불구하고 금지된 프로그램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는 추가적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번 제재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직접 관련이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제재 명단에 오른 북한 국적자(최명현, 강철학, 김성훈, 오용호, 변광철, 심광석)는 대부분 국방과학원 관련자들이다.
재무부에 따르면 최명현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거점을 둔 국방과학원 산하 기관 대표로, 국방과학원에 미사일 개발 관련 물품 조달에 관여했다. 심광석은 중국 다롄 지부 대표, 김성훈은 선양 지부 대표로 각각 철강 합금, 소프트웨어, 화합물질 등을 조달해 북한으로 보냈다. 강철학과 변광철도 선양, 다례 등에서 미사일 개발 부품 조달 등에 참여했다.
국방과학원은 국방 관련 연구와 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관련 물품과 기술 확보 등을 위해 조달 등을 담당하는 하부 조직도 갖추고 있다. 국방과학원은 2010년 8월부터 이미 재무부 제재 대상에 올랐다.
모스크바에 위치한 업체 파섹 LLC와 이 회사 임원인 로만 아나톨례비치는 대량살상무기 운반 수단 개발 및 관련 거래에 관여했다. 재무부는 그가 오용호와 협력해 항공유, 베어링 등 탄도미사일 관련 물품 조달을 지원하고, 고체 로켓 연료 혼합물 제조법을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이 둘의 관계가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한 물품과 기술 조달의 핵심 원천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별도 성명을 내고 “(제재 대상자들은) 북한 무기 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다. 북한의 계속되는 핵확산 활동과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심각하고 지속적인 우려를 나타낸다”며 “미국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세계 비확산 체제를 훼손하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처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제약을 가하고 확산자 및 나쁜 행위자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조치를 계속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런다고 해서 외교와 대화의 가치 및 중요성에 대한 우리의 믿음이 줄어든다는 뜻은 아니다. 대북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