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 키 작다고…” 영국서 34년 근속 버스기사 해고

입력 2022-01-12 17:54
사진은 기사 내용과 연관 없음. <게티이미지>

영국에서 34년 동안 버스 기사로 일하던 여성이 키가 작다는 이유로 해고되는 일이 발생했다. 버스의 디자인이 바뀌었는데 작은 키로는 해당 버스를 운전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매체 더 가디언은 잉글랜드 북서부 맨체스터에서 34년 동안 버스를 운전해온 트레이시 숄스가 운수업체 고노스웨스트(Go North West)로부터 해고를 통보받았다고 지난 10일(현지시간) 전했다.

문제는 고노스웨스트가 버스의 구조를 변경하면서 발생했다. 고노스웨스트는 승객의 폭행·신체적 접촉으로부터 버스 기사를 보호하기 위해 보호벽 기둥을 세웠고, 이에 따라 버스의 사이드미러 위치가 조정됐다. 그런데 사이드미러 위치가 바뀌면서 숄스의 키로는 백미러를 보며 운전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백미러를 보려면 몸을 뒤로 젖혀야 하는데, 그러면 발이 페달에 닿지 않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사측은 숄스가 새로운 모델의 버스를 운전할 능력이 안 된다고 판단하고 정직처분에 이어 해고 예고 통지를 했다. 노조 측은 반면 숄스가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회사가 방안을 마련해 숄스를 복직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숄스가 운전 가능한 버스 모델이 있는 노선에 그녀를 투입하는 방안도 제시됐지만, 그러면 근무시간이 줄어들어 임금이 삭감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숄스는 “나는 남편과 사별했으며, 키워야 할 세 명의 아이와 갚아야 할 빚이 있다”며 “급여 삭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여기저기서 숄스의 복직을 청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맥신 피크와 제임스 퀸 등의 배우들을 비롯해 1만3000여명의 시민들이 숄스의 복직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반면 고노스웨스트 측은 “숄스는 우리 회사의 소중한 일원이었다”면서도 “숄스에게 여러 가지 제안을 했지만 거절당한 상황”이라는 입장으로, 양측은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제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