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착한 파우치 소장 버럭 “당신이 미치광이들 자극해”

입력 2022-01-12 13:00
앤서니 파우치(오른쪽)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12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파우치 소장과 폴 의원은 청문회장에서 설전을 벌였다. EPA연합뉴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코로나19 백신 정책을 놓고 대립각을 세워온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침착한 언변을 가진 파우치 소장도 폴 의원 앞에선 “당신이 나를 공격할 때마다 밖에서 미치광이들이 자극을 받는다”며 언성을 높였다.

파우치 소장은 12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정책, 백신 접종 필요성을 주장했다. 대부분의 의원은 격리 기간 단축에 따른 방역 지침 혼선, 검진 인력 부족 등을 놓고 방역 당국을 비판했지만 유독 폴 의원만은 “파우치 소장이 코로나19 사망자를 늘리고 있다”며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폴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인 동시에 백신 거부론자로 알려졌다. 파우치 소장을 해고해야 한다는 주장을 수차례 펼쳐왔다.

파우치 소장은 폴 의장의 공격적인 질의에 “당신은 나를 개인적으로 공격한다. 당신의 주장 중 어떤 것에도 티끌만 한 증거가 없다”며 “폴 의원이 허위사실로 나를 공격할 때마다 밖에서 미치광이들이 자극을 받는다. 내 목숨을 위협받았고, 내 가족과 자녀가 음란 전화로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의 방역 정책을 책임지는 파우치 소장은 백신 반대론자들의 비난과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워싱턴 DC에서는 총기를 소지하고 파우치 소장을 찾아가던 남성이 체포되기도 했다. 파우치 소장은 이런 위협이 폴 의원의 선동 때문에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파우치 소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폴 의원의 홈페이지를 출력한 종이를 들고 나왔다. 그는 폴 의원이 홈페이지에 실은 ‘파우치 해고’ 광고로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당신은 비극적인 감염병을 정치적 이득에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랜드 폴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12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파우치 소장은 평소 솔직하면서도 침착한 언변으로 방역 정책을 설명해온 미국 감염병 최고 권위자다. 대중 노출 횟수가 늘었던 코로나19 대유행에서 파우치 소장의 차분한 말투는 방송용 소재로도 활용된다.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는 2020년 4월 미국 NBC방송 주말 예능프로그램 SNL에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수차례 대중에 노출된 파우치 소장으로 변장하고 말투를 따라한 뒤 “당신의 침착하고 명석한 대응에 감사를 드린다”고 인사했다.

AFP통신은 이날 파우치 소장의 발언에 대해 “그가 의회에서 감정을 표출한 건 드문 일”이라고 평가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