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만 계셨으면….”
광주 서구 화정동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로 작업자 6명이 연락 두절된 가운데 실종자 가족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이튿날인 12일 오전, 현장은 실종자 가족들의 눈물과 절규로 침울했다. 가족들은 현장 주변에 마련된 임시 천막에서 구조 소식을 기다리며 한파의 날씨에도 내내 자리를 지켰다.
현장 안전과 원활한 구조 작업을 위해 설치한 출입 통제선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경찰·소방관에게 넋두리를 늘어놓기도 했다.
아직 건물 안에 있는 50대 아버지를 기다리는 20대 후반 A씨 자매는 “임시 천막에서 한숨도 못 잤다. 소방 당국에서 마련한 인근 모텔에 임시 거처가 있었지만 차마 발길이 안 떨어졌다”며 “아버지가 제발 살아만 있어 달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 아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80대 B씨는 “소방 당국이 어서 구조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회의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 제발 살아 있어 달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가 실종됐다는 20대 남성은 “날이 밝아지면 바로 회의를 마치고 구조 작업을 하는 줄 알았다. 오후 8시가 넘도록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아 답답할 따름이다. 빨리 구조해 달라”며 착잡해했다.
여동생 남편을 기다리는 70대 여성은 “저기 내 식구가 파묻혀 있을 텐데 어째 안 구하느냐. 회사는 뭘 했길래 안전하지도 않은 곳에서 일을 시키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앞서 전날인 11일 오후 3시46분즘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201동(완공 시 39층 규모) 23~34층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대피자·구조자를 제외한 공정 작업자 6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작업자 2명은 잔해물이 떨어지면서 도로변 컨테이너에 갇혀 있다가 구조됐고 1명은 1층에서 공사를 하다가 잔해물에 부딪혀 병원에 옮겨졌다.
소방당국은 연락이 두절된 작업자 6명을 찾기 위해 건물 내부를 수색했으나 140m 높이의 타워크레인의 지지대가 망가져 붕괴할 위험이 있다고 보고 수색을 일시 중단했다.
소방 당국은 사고 2일차인 이날 수색·구조 작업 여부를 판단하고자 현장 안전을 다시 점검한다. 안전진단을 한 후 진입이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실종자 수색을 재개할 예정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