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100개 찾아낸 영웅쥐의 죽음…“수많은 생명 살렸다”

입력 2022-01-12 08:06 수정 2022-01-12 10:28
2020년 9월 영국 동물구호단체 PDSA로부터 금메달 받은 마가와 모습. EPA 연합뉴스

캄보디아에서 100개가 넘는 지뢰를 찾아낸 대형쥐 ‘마가와’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애도의 물결이 퍼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런던발로 아프리카도깨비쥐 마가와의 죽음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벨기에의 비정부기구 아포포(APOPO)는 “마가와가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아포포는 동물들이 안전하게 지뢰를 제거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대인지뢰탐지개발기구다.

아포포 측은 “마가와가 지난주 대부분을 평소처럼 건강하고 열정적으로 보냈다”며 “그러나 주말이 되자 움직임이 둔해지고 낮잠을 더 많이 잤다. 마지막 날에는 음식도 거의 먹지 않았다”고 전했다.

마가와는 2013년 탄자니아에서 태어나 약 1년간 아포포의 훈련을 받았다. 2016년 캄보디아 지뢰 및 폭발물 제거 현장에 투입돼 활약해 왔다. NYT는 테니스코트 넓이의 땅에서 지뢰를 탐지할 경우 사람은 금속탐지기로 나흘이 걸리지만 마가와 같은 설치류는 30분이면 탐지를 마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가와는 축구장 20개에 해당하는 14만1000㎡ 이상의 땅을 수색하면서 100개 이상의 지뢰를 발견했다. 아포포의 동물 지뢰탐지 훈련 이래 최고의 성과였다. 마가와는 체중 1.2㎏, 길이 70㎝에 달하는 대형 설치류다. 하지만 이 정도 무게와 크기는 지뢰를 밟더라도 터지지 않을 수준이라 지뢰탐지 작업에 적합했다.

영국의 동물보호단체 PDSA는 2020년 마가와에게 용감한 동물에게 주는 금메달을 수여했다. PDSA가 1917년 설립된 후 금메달을 받은 설치류는 마가와가 처음이었다. 마가와는 오랜 수고 끝에 지난해 현장에서 은퇴했다.

아포포는 성명에서 “마가와는 캄보디아에서 지뢰를 탐지해 수많은 생명을 살렸고 앞으로도 계속될 유산을 남겼다”고 밝혔다. PDSA도 “마가와는 진정한 용기와 헌신을 보여준 동물에게만 주는 금메달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