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금리 인상 먼저, 유동성 회수는 연말 쯤”

입력 2022-01-12 06:30 수정 2022-01-12 10:16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올 연말쯤 양적긴축(QT)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금리 인상을 서두르겠지만, 보다 강력한 처방책인 ‘자산 축소’는 좀 더 서서히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을 몇 차례 진행해 수요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물가상승에 우선 대응하겠다는 의도다.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세계 경제성장률 하향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물가상승 강경책은 오히려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11일(현지시간) 미 상원 금융위에서 열린 재임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오래가고, 시간이 지나면서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는 3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마무리한 뒤 몇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아마 올해 말 어느 시점에 대차대조표 축소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상황이 지속하면서 연준이 올 상반기 금리인상과 QT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었다. QT는 연준이 사들인 채권 등 자산을 매각해 시중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적극적 물가 전략이다.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자 시중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추고, 각종 채권을 사들여 시장에 돈을 풀어왔다. 미 연준이 사들인 채권 보유량은 현재 8조3000억 달러가량이다. 국채가 5조6500억 달러, 주택저장증권(MBS)이 2조6500억 달러 수준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연준 대차대조표상 채권 보유량은 1조 달러 수준이었다. 그만큼 많은 돈을 시중에 풀어왔다는 의미다.

연준은 오는 3월 테이퍼링 종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규모가 축소되고 있을 뿐 여전히 시장에 돈이 풀리고 있다는 의미다. 인플레이션이 수십 년 만의 최대치로 상승하는 상황인 만큼 연준 대응이 빨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던 이유다. 일각에서는 금리인상 정도로는 물가안정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해 왔었다. 만기가 찬 채권을 현금화해 시중 유동성을 직접 거둬들이는 QT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 일부 위원은 “첫 기준금리 인상 후 비교적 이른 시점에 자산 규모를 줄이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골드만삭스는 올 7월 QT를 시행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문제는 시장 충격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오히려 경제성장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디플레이션’ 우려를 언급한 전문가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세계은행(WB)도 이날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각 4.1%, 3.2%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해 5.5%보다 하락한 것이다. 경제 성장세가 계속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WB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해 선진국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인플레이션 대응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겠지만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지금 수요와 공급 불일치를 겪고 있다. 해답 일부는 수요 변화”라고 말했다. 또 “인플레이션이 너무 지속하고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하면, 아주 긴축적인 통화 정책으로 이어지고 불황을 이끌 수 있다”며 “이는 노동자에게 나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경제는 우리가 지금 취한 확장적 정책을 더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서도 “고용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비상 상황에서 벗어나 보다 정상적인 수준으로 옮겨야 할 때다. (하지만) 정상으로 가는 길은 멀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