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트리플 긴축’에 휘청이는 증시·코인

입력 2022-01-12 06:00
미국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의장.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해 돈줄을 강하게 조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연초 국내외 증시와 암호화폐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연준은 시중에 돈을 적게 푸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기준금리 인상을 넘어 돈을 거둬가는 ‘양적긴축’(QT)까지 빠르게 실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냈다. 그간 주식과 코인 시장을 뒷받침해온 유동성이 예상보다 일찍 회수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준의 ‘트리플 긴축’ 구상이 현실화하면 글로벌 자산시장은 충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 증시는 새해 들어 급격한 하락세를 이어갔다. 나스닥은 지난 5거래일간 5.74% 하락해 10일(현지시간) 1만4942.83으로 마감했다. 같은 기간 러셀2000지수는 4.70%, S&P500은 2.79% 내렸다. 올해 개장 첫날 장중 3000을 넘겼던 코스피도 힘이 빠져 2900선을 겨우 지키고 있다.

증시뿐 아니라 암호화폐 시장도 크게 출렁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 장중 4만 달러를 깨뜨린 후 반등했다. 국내에서도 비트코인은 한때 4800만원 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암호화폐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과 함께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위험한 기술주를 처분하고 있어 암호화폐는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10일 서울 빗썸 강남센터에 실시간 암호화폐 가격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주식·코인의 대량 매도는 연준의 트리플 긴축 구상이 촉발했다. 연준은 지난달 만장일치로 자산매입 축소 규모를 2배 늘렸다. 최근 공개된 2021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는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기는 논의가 담겼다. 월가에서는 올해 최소 3~4차례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연준의 일부 위원은 “첫 기준금리 인상 후 비교적 이른 시점에 대차대조표(보유자산) 규모를 줄이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두는 양적 긴축을 빠르게 실시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올해 7월 양적 긴축을 시행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준의 트리플 긴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던 모습과 분명히 구별된다. 당시 연준은 수년에 걸쳐 긴축을 진행했다. 2013년 12월 테이퍼링에 착수한 연준은 2년 후 처음 금리를 올렸다. 본격적인 양적 긴축은 2017년 10월에야 실시됐다.

긴축 시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글로벌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한국 같은 신흥국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일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경제 여건을 위축시킬 수 있다. 특히 신흥국 시장의 자본 유출과 통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 긴축을 하던 때보다 여건이 낫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 블룸버그는 “2013년에는 연준의 테이퍼링 신호로 신흥국 증시가 큰 타격을 입었지만, 지난해에는 이런 긴축 발작이 없었다”며 “연준이 양적 긴축을 신중히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현실화되는 트리플 긴축은 동시다발적, 압축적 긴축이라는 점에서 이전 사례와 다르다”며 “물가 변동과 코로나19 확산 추이, 투자 모멘텀(동력) 지속 여부 등이 긴축의 부정적 영향을 결정지을 변수”라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