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이 “사망 경위 관련 자료의 대통령기록물 지정을 막아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족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관련 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는 11일 피격 사망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가 대통령과 국가안보실장을 상대로 제기한 대통령기록물 지정 금지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신청 내용이 법적인 판단 대상이 되지 않을 때 심리 없이 소송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이씨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행위를 ‘예방적’으로 막아 달라고 주장했다고 봤다. 행정소송법상의 요건을 떠나 이씨의 취지를 선해하면, 이씨의 가처분 신청은 동생의 사망 관련 자료의 대통령기록물 지정 처분을 막아 달라는 뜻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아직 대통령기록물 지정이 현실화하지 않은 단계라서 그러한 처분을 미리 막을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었다.
이씨는 국가안보실장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 처분의 집행정지를 주장했지만 이 역시 재판부의 판단 대상이 되지는 못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어떤 신청에 대한 거부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더라도 거부 처분이 있기 전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데 불과하다”고 했다. 이씨가 현재 주장하는 내용은 그에게 생길 손해를 방지하는 데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재판부의 결론이었다.
이씨는 지난달 29일 가처분 신청을 냈었다. 대통령의 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인데, 동생 사망 경위를 담은 정보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다면 정보공개 관련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열람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이씨는 각하 소식을 접한 뒤 “현 정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잘못을 숨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투명한 공개, 책임자 처벌과 대통령의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