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한 살에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한국계 작가 차학경(테레세 학경 차)씨의 작품과 삶을 뉴욕타임스(NYT)가 40년 만에 재조명했다.
NYT는 10일자(현지시간) 뉴욕판에서 차씨의 첫 소설 ‘딕테(Dictee)’를 ‘전위적 걸작’으로 수식하며 “발표 당시 반응은 조용했지만 이후 몇 년간 페미니스트 작가, 개념예술가, 아시아계 미국인 작가와 학자들에게 필수 작품이 됐다”고 설명했다.
차씨는 이 책에서 자신과 잔 다르크, 유관순, 만주 태생 어머니로 주인공을 옮겨가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독재 등 자신의 가족이 일원으로서 경험한 한국사 속 혼돈의 시대를 탐구했다.
신문은 “딕테는 부분적으로 회고록이자 역사이면서 실험적 명상”이라며 “차씨의 삶과 동아시아를 가로지르고 미국으로 이어진 어머니의 힘든 여정, 혼란스러웠던 이민 경험, 여성 투사, 언어 그 자체에 대한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탐험”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찬사를 차씨는 살아서는 받지 못했다. 책을 내기 위해 원고를 들고 3년 동안 출판사를 찾아다녔고, 출간 두 달 뒤인 1982년 11월 뉴욕의 한 건물 주차장에서 경비원에게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다. 연쇄살인범으로 밝혀진 그 경비원은 현재도 수감 중이다.
차씨는 1951년 3월 4일 부산에서 5남매 중 셋 째로 태어나 열한 살에 가족과 미국으로 이주했다. 버클리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서 미술과 비교문학 분야 4개 학위를 취득한 뒤 프랑스 파리에서 영화 제작과 이론을 공부했다.
차씨의 오빠 존은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테레사는 자신의 책이 이렇게 오래 살아남아 이토록 큰 영향력을 가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매우 행복하다. 그게 나에게 동생을 살아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