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는 장애인에게 2차 가해이다

입력 2022-01-11 12:40 수정 2022-01-11 13:09


“방역패스는 장애인에게 2차 가해이다.” 방귀희(사단법인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

최근 우리가 맞닥들인 방역패스 상황에서 당황하는 사람은 전국민의 17%이다. 결코 적지 않은 수이다. 이들의 인권은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의 인권과 다르다는 생각을 가진 지도자들이 아직도 이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람은 공짜를 좋아하는 속성이 있는데 오죽했으면 무료로 맞춰주는 백신주사를 못맞고 있는지 한번이라도 생각해봤다면 2022년 새해를 방역패스로 국민의 자유를 구속하는 결정은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1955년부터 1958년 사이에 우리 나라에 소아마비가 창궐했었다. 소아마비도 바이러스질병으로 음식물에 의해 전염이 되어 운동신경을 마비시켜 신체 가운데 어느 한 부분 또는 나처럼 오른쪽 손의 기능 30%만 남기고 모두 마비되어 혼자서는 옴짝달싹 못하는 무서운 전염병이다. 그런데 나는 병원에 가서 유료로 소아마비 예방 접종을 하고 나서 소아마비에 걸렸다. 요즘 말로 하면 백신 피해자이다. 하지만 1958년 당시는 한국전쟁을 수습하던 혼란의 시기인데 힘없는 민초들이 어떻게 백신의 부작용을 밝혀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었겠는가. 그저 팔자려니 했다.

나는 63년 전 소아마비로 중증의 장애인이 되어 모든 자유를 잃었다. 공부할 권리, 노동할 권리, 그리고 모든 시설에 접근할 권리 등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야 했다. 장애인의 권리 보장이 하나씩 마련되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기뻤던 것은 거대한 자유가 아니라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음식점을 친구들과 함께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 다시 음식점 앞에서 뒤돌아서야 한다. 방역패스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장애인으로 당했던 수많은 차별에 대한 2차 가해를 받고 있다. 백신 부작용으로 장애에 또 다른 후유증을 보탠다면 얼마 남지 않은 내 마지막 삶이 완전히 망가지게 된다. 나는 몸무게가 38.5㎏이고, 알레르기가 있으며, 고혈압과 고지혈증 약을 복용하고 있고, 심지어 불안장애도 있다고 내 상태를 설명해도 정부에서 제시한 질병 외에는 모두 백신 접종대상자로 규정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권 나아가 생명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백신은 본인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기 위해 주사를 맞는 것인데 마치 미접종자는 바이러스를 퍼트려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든 것은 매우 잘못된 행정이다.

마샬(Marshall)은 시민권의 진화 과정을 세단계로 설명하였다. 시민권은 사람들이 그 나라 시민으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민권으로 시작하였다. 시민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일을 하라고 세금을 주었건만 부정부패로 시민을 돌보지 않는 정치인들이 생겼기 때문에 그들을 바꾸기 위해 선거로 원하는 정치인을 선택하는 참정권이라는 권리로 발전했다. 그 다음에 나타난 권리가 바로 사회권이다. 사회권에는 가난하지 않을 권리와 사회 제도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다. 가난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을 위해 사회복지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선 주자들이 빼놓지 않고 약속하는 것이 복지정책이다. 그리고 사회 제도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는 사회권의 중요한 목적이다. 장애 때문에 우리 사회 시설을 마음대로 이용하지 못하여 요즘 이 추위 속에서 장애인들이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또한 사회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어도 행정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은 사회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등장한 방역패스는 심각한 사회권 침해이다. 백신을 맹목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사정으로 백신을 맞지 못하는 국민의 소리를 외면하는 것은 마치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방역을 하겠다는 행정 편의주의 측면이 강하다. 그 희생을 당하는 사람들은 생명을 잃거나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는데 그것을 너무나 가볍게 생각하는 행태가 야속하다. 앞으로의 사회는 국민 개개인의 상황을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개인 중심 계획(Personal Futures Planning)을 실천해야 한다. 개인의 미래를 생각하며 계획을 세워 사회권을 보장해줄 수 있는 대통령 후보는 누구일까?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