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심장 사람 이식 첫 성공…“즉각적인 거부 반응 없어”

입력 2022-01-11 10:34 수정 2022-01-11 13:04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 연구진이 환자에게 이식할 돼지 심장을 보이고 있다. 메릴랜드대 메디컬센터 제공

유전자 변형된 돼지 심장을 사람 몸에 이식하는 수술이 처음으로 성공했다.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는 즉각적인 거부반응 없이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P·AFP 통신 등은 10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 연구진이 말기 심장병 환자인 57세 남성 데이비드 베넷에게 면역거부반응이 없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돼지 심장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이식 수술은 메릴랜드대 병원에서 지난 7일 진행됐다. 8시간에 걸친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심장 이식 수술을 집도한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는 “심장 박동도 있고, 혈압도 정상으로 잘 작동한다”며 “완전히 베넷의 심장이 됐다”고 전했다.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데이비드 베넷(오른쪽)과 수술을 집도한 메릴랜드 의대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 메릴랜드대 메디컬센터 제공

베넷은 수술 받은 지 3일이 지났지만 건강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심장과 폐를 우회해 산소를 공급하는 체외막산소공급장치(ECMO·에크모)를 연결하고 있지만, 동물 장기 이식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즉각적인 거부반응이 없다는 점에서 연구진은 수술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

그리피스 박사는 “이번의 획기적인 수술로 장기 부족 문제 해결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며 “우리는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지만, 세계 최초로 이뤄진 이 수술이 앞으로 환자들에게 중요한 새 선택지를 제공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베넷은 부정맥으로 병원에 입원해 6개월 이상 에크모에 의존했다. 심장 수술이 필요했으나 인체 장기를 이식받지 못했다. 인공심장 역시 부정맥 때문에 쓸 수 없었다. 메릴랜드대 병원 측은 베넷의 동의 하에 돼지 심장을 이식하기로 했다.

병원 측은 베넷이 수술 전날 “내게 남은 선택지는 죽거나 돼지 심장을 이식받거나 둘 중 하나다. 나는 살고 싶다”며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시도지만 회복한 후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기 이식에는 인체에 이식되면서 인간 면역체계의 즉각적인 거부반응을 유발하는 돼지 장기 세포면의 당(糖) 성분을 유전자 조작을 통해 제거한 돼지의 심장이 사용됐다.

이번 수술은 정상적인 치료 절차로 행해진 건 아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12월 31일 ‘확대 접근’(동정적 사용) 조항을 통해 긴급 수술을 허가했다. 이 조항은 심각한 질환 등으로 생명이 위험한 환자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을 때, 유전자 조작 돼지 심장 같은 실험적 의약품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현재 약 11만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으며 매년 6000명 이상이 이식 수슬을 받지 못하고 사망한다. 미국 장기이식 시스템을 감시하는 장기공유연합네트워크(UNOS)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이루어진 장기 이식은 3800여 건에 불과하다.

UNOS 최고의학책임자(CMO)인 데이비드 클라센 박사는 메릴랜드대의 장기이식에 대해 “분수령이 되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이번 수술은 이종 간 장기이식이 최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지 탐색하는 시험적인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