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대신 말한다. 멸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1일 SNS에 북한의 동해상 미사일 발사 속보를 공유하면서 앞선 ‘멸공’ 발언 논란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그는 이날 새 게시물에서 앞서 적어오던 ‘멸공’ 태그 대신 ‘OO’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에 정 부회장을 지지하는 누리꾼들은 자신들이 대신 말하겠다며 ‘멸공’이라는 댓글을 무더기로 남겼다.
정 부회장은 이날 오전 인스타그램에 북한이 오전 7시27분쯤 동해상에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는 내용의 기사 캡처 사진 3장을 공유했다. 이날 북한은 지난 5일에 이어 엿새 만에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했다.
정 부회장은 이 기사 캡처 사진을 공유하면서 게시물의 댓글에 ‘OO’이라고 적었다. 그는 파장이 커지자 전날 더 이상 멸공 관련 발언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회장은 게시물에 직접 ‘멸공’이라고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 속에 들어갈 단어가 무엇인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그를 지지하는 누리꾼들은 게시물에 “우리가 대신 말할게요. 멸공”이라는 등의 댓글을 연이어 달았다.
정 부회장은 같은 날 불매운동 게시물도 올리면서 “업무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이 게시물에는 “BOYCOTT ‘정용진’”이라는 문구와 함께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정 부회장의 해당 게시물은 자신의 멸공 발언에 따른 신세계그룹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에 크게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 게시물에는 “형님 노빠꾸 리스펙” “지금 이마트 간다”는 등의 지지자들 댓글이 달렸다.
앞서 정 부회장은 전날 오후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올리고 “멸공은 누구한테는 정치지만 나한테는 현실”이라며 “왜 코리아 디스카운팅을 당하는지 아는 사람들은 나한테 머라(뭐라)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항변의 글을 남겼다.
그는 “사업하면서 북한 때문에 외국에서 돈 빌릴 때 이자도 더 줘야 하고 미사일 쏘면 투자도 다 빠져나가는 일을 당해봤냐”고 반문하며 “직접 위협을 당하고 손해를 보는 당사자로서 당연한 말을 하는데 더 이상 어떤 자격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또 “사업가는 사업을 하고, 정치인은 정치를 하면 된다”며 “나는 사업가로서, 그리고 내가 사는 나라에 언제 미사일이 날아올지 모르는 불안한 매일을 맞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느끼는 당연한 마음을 얘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