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빛그린산단에 둥지 튼다

입력 2022-01-11 09:59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의 빛그린산단 이전이 본격 추진된다. 1조2000억~1조3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새 공장 신축·이전 비용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금호타이어는 “지난달 30일 빛그린산단 개발사업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6일 공장 이전부지를 사들이기 위한 계약보증금을 냈다”고 11일 밝혔다. LH는 부지 대금 1200억여 원의 10%를 계약보증금으로 받고 설계변경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이 옮겨갈 빛그린산단 2단계 부지는 50만㎡ 규모다. 사측은 이곳에 들어설 새 공장에 친환경 타이어를 주로 생산하는 첨단설비를 갖춰 국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광주와 전남 곡성, 경기 평택 등 3곳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자동화된 다른 공장과 달리 광주공장의 경우 생산설비가 낡아 교체용 타이어만 주로 생산 중이다.

2019년 1월 광주시와 금호타이어가 현 공장부지의 ‘전략적 상업지’ 개발을 전제로 체결한 ‘공장 이전 업무협약’이 공장 이전의 계기가 됐다. 논의가 불붙기 시작한 광주공장 이전은 지난해 1월 금호타이어가 함평군에 ‘빛그린산단 전남권역 입주의향서’를 제출하면서 한층 속도를 냈다.

하지만 지방세와 일자리 감소 등을 우려한 광주시가 ‘관내 이전’ 원칙을 고수하면서 한동안 제동이 걸렸다. 빛그린산단 이전 후보지 행정구역을 광주시와 함평군이 양분하고 있는 점도 발목을 잡았다.

광주 삼거동과 함평 월야면에 걸친 빛그린산단은 전체 면적 407만여㎡로 184만7000여㎡로 45%를, 함평은 222만4000㎡로 55%를 차지한다. 고심을 거듭하던 시가 광주송정역 KTX 투자선도지구와 인접한 공장부지 개발의 상승효과를 염두에 두고 대승적 결단을 내리면서 공장 이전은 다시 탄력을 받았다.

1974년 광주 광산구 소촌동에 둥지를 튼 금호타이어는 50여 년 만의 광주공장 이전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후화된 생산설비 교체와 함께 부가가치가 높은 친환경 타이어 생산에 주력하기로 했다.

전기차·수소차 등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와 세계적인 친환경 전환 추세에 발맞춘다는 것이다.

광주공장 부지 매각 대금으로 공장 신축과 이전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2019년 당시 모 컨설팅 회사가 42만㎡의 광주공장 부지 매각대금을 1조9400억 원으로 평가한 적이 있지만, 광주시가 아파트·주상복합 위주 개발사업은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하고 나서 공장부지 개발을 통한 재원 마련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해 광주공장 부지 매각과 개발사업 공고를 낸 금호타이어 측은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3개의 컨소시엄과 공장 신축·이전에 필요한 1조2000억~1조3000억원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익성 확보에 결정적 관건인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부지 도시계획 변경 권한은 광주시가 갖고 있다.

대표적 향토기업 중 한 곳이던 금호타이어는 모기업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무리한 인수·합병에 따른 재정난으로 지난 2018년 중국계 기업 더블스타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부지매각·이전비용 문제뿐 아니라 잉여인력에 대한 노사 간 의견대립 등 산더미처럼 많은 현안이 남아 있다”며 “광주시, 노조와 머리를 맞대고 공약수를 찾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