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 보건 당국은 최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증상이 경미한 의료진의 현장 근무를 허용했다. 오미크론 변이에 의한 코로나19 환자 증가가 워낙 가팔라 의료진 수요가 치솟는데, 감염 의료진도 덩달아 늘어 병원들이 심각한 인력난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 보건부는 “의료진 인력 부족이 심각해 취한 조치”라며 “코로나19에 감염된 직원은 N95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코로나19 양성 환자 치료에 배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간호사협회는 그러나 “우리도 환자를 돌보고 싶다. 이런 결정은 더 많은 감염을 초래할 것”이라며 “환자와 근로자 안전보다 의료 기업의 필요를 우선시하는 정책”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미국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의한 ‘환자 증가’와 ‘의료 인력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ABC뉴스는 “코로나19에 감염된 간호사 등 근로자가 증상이 경미하면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이례적 조치를 허용하는 병원이 미 전역에서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리티코도 “병원과 장기요양시설은 직원이 너무 부족해 코로나19 양성 의사와 간호사의 직장 복귀를 강요하고 있다”며 “무증상 또는 증상이 있는 직원을 복귀시키는 것이 입원환자 급증 상황에서 시설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고 보도했다.
실제 미국에서 환자 증가와 의료인력 감소 비대칭은 여러 지역의 의료 시스템 마비 우려를 낳을 만큼 심각하다. 로이터통신 집계에 의하면 코로나19 환자는 이날 13만2646명으로 이전 최대치(지난해 1월 13만2051명) 기록을 갈아 치웠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된 의료 종사자는 최소 83만8729명, 사망 의료진은 3265명에 달한다. 최근 한 달간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은 의료 인력만 최소 7385명이다.
토마스 키르쉬 조지워싱턴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날 더힐 기고에서 “이 같은 수치는 감염 환자의 직업을 나열한 코로나19 사례보고서의 20% 미만을 기반으로 한다. 실제 (감염 의료진) 수는 4~5배 클 수 있다”며 “CDC도 과소 계산이라는 것을 인정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공식 집계에 따르더라도 CDC보다 두 배 많은 의료진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는 팬데믹 직전인 2019년 업무 관련 사망 의료진 94명의 수십 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뉴저지주 뉴어크 대학병원은 직원 3700명 중 300명가량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한다. 셰리프 엘나할 병원장은 “(팬데믹이 시작됐던) 2020년 봄 이후 최악의 직원 상황”이라고 말했다. 키르쉬 교수도 “팬데믹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직장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의료 종사자들이 아프고, 죽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한계 상황을 호소하는 병원은 최근 크게 증가했다. 미 보건부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병원 4분의 1가량이 ‘심각한 인력 부족’ 상황을 당국에 보고했다. 미시간보건대는 지난달부터 병상 부족과 의료인력 부족으로 연기한 수술이 200건 이상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양성 의료진의 현장 복귀 지시는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궁여지책인 셈이다.
미국간호사노조에 따르면 최근 뉴저지에서도 코로나19에 감염된 한 간호사가 출근지시를 받았다. 로드아일랜드주와 애리조나주 일부 병원도 같은 조치를 시행하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응급병상 간호사 제니퍼 칼드웰은 “무증상이라고 해도 전염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매우 무책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전국 보건소 종사자들은 감염이 의심돼도 출근을 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면역력이 저하됐거나 암 환자처럼 백신에 잘 반응하지 않는 취약한 환자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지금처럼 의료 종사자들이 패닉에 빠진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