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려도 코로나19에 대해 면역력이 생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 이번 연구는 신체의 면역작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향후 백신 설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10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대 연구진은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된 논문에서 감기에 걸려서 면역기억이 생기면 코로나19에도 덜 걸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20년 9월 백신 미접종자이면서 동거인이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52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와 함께 기존 감기로 생긴 면역세포인 T세포 수준을 조사했다.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다. 바이러스가 사라지더라도 일부 T세포는 이를 기억해 같은 바이러스의 다음 공격을 대비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T세포의 이 같은 ‘기억’ 특성에 착안했다. 조사 결과 대상자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인원은 절반이었다.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나머지 인원 중 3분의 1은 혈액에 특정 기억 T세포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T세포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감기로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감기에 걸렸다고 해서 자동으로 코로나19에 면역이 생긴다고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심각한 실수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감기 감염은 10∼15%뿐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백신 접종이 핵심이라는 조언도 나왔다.
사이먼 클라크 영국 레딩대 교수는 “이 데이터를 과도하게 해석해선 안 된다. 최근 감기에 걸린 사람이 코로나19로부터 보호된다고 생각하는 건 중대한 실수일 수 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이번 연구가 신체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와 싸우는 방식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줬고, 향후 백신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논문의 수석 저자인 아짓 랄바니 교수는 백신이 코로나19 해결의 핵심이라고 동의하면서 “사람의 신체가 어떻게 올바르게 작동하는지를 배우면 새로운 백신 설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