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근 내놓은 파격적인 공약들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 등이 대표적인 예다. 모두 ‘이대남(20대 남성)’을 겨냥한 정책들이다. 여기에다 ‘멸공’ 논란에도 뛰어들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 후보가 ‘이슈 파이팅’에 성공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주목을 끄는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파장이 과연 득표로 이어질지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여가부 폐지, 병사 월급 인상 공약은 민감한 젠더 이슈를 정면으로 건드렸다. 멸공 논란도 이념적으로 거부감을 준다는 지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이재묵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는 “여가부 폐지나 멸공 이슈 모두 특정 유권자만을 만족 시킨다”며 “득실에 따라 상쇄되는 표심도 클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선대본 핵심 관계자는 10일 “표심을 좀 더 분석해야겠지만, 최근 정책에 대한 반응은 뜨거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일부러 의도한 논란 때문에 추가 정책에 관한 관심이 증폭될 것”이라며 “바람직한 일”이라고 자체적으로 호평했다.
선대본 정책본부 관계자는 “당 내홍 탓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날려 먹었다”며 “정책과 관련해 공격적으로 치고 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도 크다. 수도권 의원은 “윤 후보의 정책이 ‘이대남’에 치중하면서 ‘이대녀(20대 여성)’를 적으로 돌렸다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면서 “여가부 폐지 등은 ‘이대녀’는 물론 중장년층 여성 등 전체 여성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의원은 “젠더 이슈는 ‘한쪽을 편으로 만들면, 한쪽을 잃는 이슈’”라면서 “윤 후보의 최근 공약이 득표 면에서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멸공 논란과 관련해서도 말들이 많다. 이준석 대표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당내 인사들의 ‘멸공 챌린지’ 가세에 대해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젊은 정당으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 취지와는 반대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근식 전 선대위 정세분석실장은 “멸공이라는 구호로 정치적 논쟁을 확대하는 것은 결코 득표에 도움되지 않는다”며 “극단적인 강경보수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8일 신세계 이마트를 찾아 멸공이란 단어를 연상케 하는 ‘멸치와 콩’을 구매해 논란에 직접 참전했다.
윤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가까운 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그냥 산 것뿐”이라며 “멸치육수를 많이 내서 먹기 때문에 멸치를 자주 사는 편이고 (콩도) 아침에 콩국 같은 걸 해놨다가 많이 먹기 때문에 항상 사는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의도적으로 논란을 부추긴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윤 후보는 또 ‘이대남’을 겨냥한 정책이 ‘남녀 갈라치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남녀를 분류하는 시각을 자꾸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병사 최저임금 보장은 그들의 부모님도 부담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라며 “20대 남성만을 위한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표심의 향방에 관심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일단 화제성을 갖고 오는 측면에서는 부정적이지 않다”면서도 “즉흥적인 게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문동성 강보현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