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존재감이 커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향한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안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내다가 연대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공세로 전환한 것이다.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10일 선대위 회의에서 안 후보를 향해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를 넘어 ‘윤석열 아바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2017년 대선 때 ‘MB 아바타’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던 과거를 들추며 조롱한 것이다.
강 최고위원은 안 후보가 최근 유세 중 “전 국민이 재난을 당한 적이 없으니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주장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사기”라고 말한 것을 문제 삼았다. 강 최고위원은 “윤 후보의 망언에 버금가는 더 큰 망언으로 국민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며 “안 후보는 윤 후보의 아바타가 되겠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오영환 민주당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안 후보가 평택 물류창고 화재와 관련해 경기도 책임론을 제기한 것을 거론하며 “희생 앞에서 정치적 이득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에 참담한 마음”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들어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자 민주당이 집중 견제에 나서는 모양새다. 일부 조사에선 안 후보 지지율이 15%를 넘어섰고, 단일화 시 양자 대결에서 안 후보가 이 후보를 앞선다는 결과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선 안 후보에 대한 강한 공세가 전략적 실수라는 뒷말도 나온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안 후보를 때릴수록 그의 존재감만 키워주게 될 것”이라며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유령처럼 대하는 게 상책”이라고 주장했다. 선대위의 다른 관계자도 “안 후보 지지율이 여기서 크게 출렁이면 윤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게 될 위험이 크다”며 “괜히 우리가 나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일단 안 후보의 상승세를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당 일각에선 대선 3자 구도 재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