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선거를 58일 앞두고 유권자층을 세분화해 ‘정밀 타격’하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유권자층의 저마다 다른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맞춤형 공약을 제시함으로써 표심을 얻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10일 “메가 슬로건(거대 공약)이 먹히는 시대는 끝났다”며 “지금부터는 다양한 정책 공약을 살라미 방식(과제를 세분화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방식)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대선에서는 거대 공약이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 청산’과 같은 메가 이슈가 올해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제는 더 이상 거대 공약으로 표심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세대와 직업, 계층, 지역별로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 다양한 요구를 내놓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이 제시하는 거대 담론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마이크로 타기팅(micro targeting)으로 각 단위의 필요를 실현 가능한 공약으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검토나 청년 면접수당 지급 등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세심한 공약 수십 개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 타기팅은 세분화된 개별 유권자를 추적해 맞춤형 메시지를 내는 유권자 분석기법으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활용해 주목받았다.
이 후보는 지난해 11월부터 거의 매일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도 44번째 소확행 공약으로 ‘미성년 자녀 빚 대물림 근절’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젊은이들이 감당할 수 없는 부모의 빚을 떠안은 채 신용불량자가 돼 사회에 첫발을 내딛지 않도록 제대로 보호하겠다”며 “민법을 개정해 미성년 자녀의 빚 대물림을 막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금부터 후보가 해야 할 일은 개개인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작은 정책을 구체적이고 반복적으로 설명하면서 안정감을 주는 것”이라며 “설 밥상에서 ‘탈모약 공약’이나 ‘골프장 가격 인하’ 등이 회자되면 지지율도 자연스럽게 40%를 넘기고 분명한 승기를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교육 분야 8대 공약도 발표했다. 특히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초고난도 수능 문항’을 출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초등학교 전 학년의 오후 3시 동시 하교제를 실시하고, 방과 후 돌봄 시간을 오후 7시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일하는 여성을 위한 스타트업 대표 간담회’에선 “전 국민 고용보험을 넘어 장기적으로 전 국민 소득보험으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장기적 과제라고 했지만 ‘전 국민 소득보험’의 필요성을 처음 언급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제도는 소득이 적은 불안정 취업자들까지 사회보험에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후보는 간담회에서 젠더 갈등을 거론하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견제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관련해 “폐지한다, 반대한다를 넘어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가 개선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안을 말씀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승욱 오주환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