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기 내내 점심 때 보충수업 시킨 초등교사, 아동학대?

입력 2022-01-10 15:56 수정 2022-01-10 16:58
일기 숙제를 하지 못해 벌점인 머쓱이를 받을까 걱정하는 내용이 담긴 초등학교 1년생의 일기장. 연합뉴스

광주 한 사립 초등학교 담임 교사가 자신의 반 학생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당했다. 평가가 부진한 어린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기 동안 점심시간에 나가 놀지 못하게 하고 보충학습을 시켰다는 이유다.

10일 광주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 모 사립초등학교 1학년에 다녔던 A(7)군의 부모는 최근 광주 남부경찰서에 A군의 담임교사였던 B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해 12월 A군의 부모에 따르면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 A군은 지난 9~12월 2학기 매일 점심시간에 식사한 후 친구들이 운동장에 나가 놀 때 선생님과 글쓰기(명심보감)를 하느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광주 한 사립 초등학교의 학생들 평가 화면. 동그라미 표시된 학생이 벌점을 많이 받아 유일하게 마이너스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학교는 학생들이 잘했을 때는 ‘으쓱이’, 반대로 잘 못 했을 때는 ‘머쓱이’를 각각 줘 학생별로 점수를 매긴 후 교실 앞 대형 화면에 모든 학생이 볼 수 있도록 해놓는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은 학교에서 운용하는 상벌점 시스템에서 최하점을 받아왔다. 평소 준비물을 챙기지 못하거나 일기를 쓰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A군의 부모는 “아들이 평소 준비물을 챙기지 못하거나 일기를 쓰지 못해 벌점인 ‘머쓱이’를 많이 받아 점심시간에 벌을 선 것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광주 한 사립 초등학교 1년생이 베껴쓴 명심보감 내용. 연합뉴스

A군의 부모는 또한 “어린 아들이 벌점을 우려해 새벽 4시에도 일어나 숙제를 하는 등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느꼈다”면서 아이를 점심시간에 교실에서 못 나가게 한 것은 감금이고 학대라고 주장했다. A군 부모는 지난해 말 아들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학교의 교장은 당시 “교사는 잘 가르치고 싶어했고 열의도 높았다. 교사가 어떤 목적으로 아이를 지도했는지, 교육적이었는지 아니었는지를 봐야 한다”며 “교사의 얘기도 공감할 부분이 있어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해당 사립학교의 학생 지도 방식과 관련해 “학생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해 적절한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친 상황이다.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최종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