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을 연출했던 장준환 감독과 영화에서 이한열 열사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강동원이 이 열사의 모친 고(故) 배은심 여사의 빈소를 조문했다.
강동원은 9일 오후 7시50분쯤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배은심 여사의 빈소를 홀로 방문해 배 여사를 조문하고 애도했다.
강동원은 “소식을 듣고 놀라서 바로 찾아왔다”며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비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꼭 찾아뵙기로 했었는데 정신이 없어서 찾아뵙지 못하고 통화만 몇 차례 했다”며 “죄송스럽고 마음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강동원과 배 여사는 영화 ‘1987’ 촬영 때부터 인연을 이어왔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다룬 영화 ‘1987’에서 강동원은 배은심 여사의 아들인 이한열 열사 역으로 특별출연했다. 같은 영화에서 연희 역으로 출연한 김태리도 조문을 위해 드라마 촬영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1987’은 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이한열 열사가 숨진 과정 등 기자, 경찰, 대학생, 교도관 등 각자의 자리에서 양심의 목소리를 냈던 사람들 이야기를 섬세하고 밀도 있게 담은 작품이다.
영화 촬영을 전후해 배 여사를 여러 차례 만나 소통해온 강동원은 생전 배 여사로부터 ‘우리 아들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강동원은 영화 ‘1987’에서 이한열 열사를 연기한 것을 계기로 2018년 이한열기념사업회에 2억원을 기부한 바 있다.
영화 ‘1987’의 장준환 감독도 10일 오전 배 여사의 장례식장을 찾아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장 감독은 “강동원 씨를 예뻐해 주시던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면서 “아들이 쓰러지고 30여년간 치열하게 투사로 살아오신 어머니”라며 “하늘나라에서 아드님과 못다 한 이야기, 많이 나누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장 감독은 영화 ‘1987’로 올해의 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대종상영화제, 청룡영화상 등 다수의 시상식에서 수상했고 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호평받았다.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는 박종철 열사 32주기 추모제에서 영화 ‘1987’ 팀에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배 여사는 지난 3일 급성심근경색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8일 퇴원했으나 이튿날 다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고 광주 조선대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박채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