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사람이다” 소방관들, 지휘체계 개편 촉구

입력 2022-01-10 14:20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가 1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 소방청 앞에서 소방지휘부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소방공무원들이 평택 화재 참사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며 현장지휘체계의 개선을 촉구했다. 이들은 ‘평택 화재 소방관 순직 사고’를 촉발한 근본적인 원인을 현장 경험보다는 계급을 우선해 지휘체계에서 찾았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10일 오전 세종시 소방청 앞에서 ‘평택 냉동창고 소방관 순직사고’ 관련 소방청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평택 화재 참사는 현장경험 없는 지휘관이 빚은 대참사”라면서 오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소급 적용해 책임자의 파면을 요구했다. 이들이 언급한 책임자는 소방청장, 경기소방본부장, 평택소방서장 3명이다.

그러면서 “이번 참사는 구조대 투입을 안 해도 될 상황이었음에도 무리하게 투입한 책임자의 현장 경험 유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드러냈다”며 “현재의 소방 조직은 현장 경험보다는 계급에 의한 지휘가 이뤄지고 있다. 현장 경험이 없는 지휘는 항상 위험이 따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장과 행정을 분리해 최소 20년의 현장 경험이 있는 책임자를 배치하도록 현장지휘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며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없는 간부후보생제도도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현장 중심의 소방력 기준을 개정하고 순직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 소방관들의 고귀한 목숨이 화마 앞에 쓰러져 가는 순직 행렬을 멈출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화작업 도중 소방관 3명이 순직한 경기도 평택시 한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10일 오전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 6일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의 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진화에 나섰다가 연락이 끊어 졌던 소방관 3명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낮 12시22분쯤 7층짜리 냉동창고 건물 2층에서 진화 작업을 하던 소방관 2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이들과 함께 실종됐던 소방관 1명도 12시41분쯤 주검으로 발견됐다.

순직 소방관은 경기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이형석(50) 소방위, 박수동(31) 소방교, 조우찬(25) 소방사다. 조 소방사는 지난해 5월 임용돼 소방 업무에 투입된 지 8개월도 되지 않았다.

소방청은 참사 발생 하루 뒤 긴급회의를 열어 다른 부처 소관 법령까지 정비하는 종합대책과 현장대원 안전 확보를 위한 인사운영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휘관 자격을 인증받은 소방관이 재난 현장을 지휘하도록 하는 ‘현장지휘관 자격인증제’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해 4월 전국 확대 시행됐음에도 이 제도로 배출된 소방인력은 현재 19명뿐이다. 방청은 전국 6388개 소방관서의 현장지휘 보직을 현장지휘관 자격자로 보임하고, 자격자 양성 핵심시설인 ‘지휘역량강화센터’를 현재 중앙·서울·경기소방학교 3곳에서 전국 9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