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하고 주식을 대량 매각해 ‘먹튀 논란’을 불러일으킨 류영준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가 결국 자진사퇴했다.
카카오는 10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11월 25일 당사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된 류영준 후보자가 이날 자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며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내부 논의와 절차를 거쳐 확정되는 대로 추후 재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측은 “최근 크루(임직원)들이 다양한 채널로 주신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숙고해 이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주주가치 등 여러 부분을 향상시키고 신뢰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류 대표는 오는 3월까지인 카카오페이 대표 임기는 유지한다. 카카오페이는 임기 만료 이후 류 대표의 거취 및 남은 스톡옵션 48만주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류 대표는 지난달 10일 카카오페이 주식 23만주를 시간 외 대량 매매로 팔아 치웠다. 이를 포함해 신원근 차기 대표 내정자(3만주), 이진 사업지원실장(7만5193주), 나호열 최고기술책임자(3만5800주), 이지홍 브랜드실장(3만주) 등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이 모두 주식 44만993주를 매각했다.
류 대표는 약 460억원을 현금화했다.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지분 대량 매각은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통상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코스피 상장사에서 다수 경영진이 이처럼 대량의 주식을 한번에 팔아 치운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류 대표는 지분 매각에 따른 논란이 일자 사과했지만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는 “경영진의 먹튀” “말로만 사과하지 말고 매도한 금액 그대로 다시 매수하라” 등의 비판이 쏟아졌었다.
지난달 9일 종가 기준 20만8500원이었던 카카오페이 주가는 지난 7일 기준 15만3500원으로 떨어졌다.
카카오 노조는 이 같은 주식 대량 매각에 대해 “경영자로서 윤리의식이 결여된 것”이라며 류 대표가 카카오 신임 대표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