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주 52시간 근로제 유연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소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자세히 파악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연평균 기준으로는 주 52시간을 유지하되 지금보다 탄력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정비 하겠다는 것이다. 기업 승계를 지원할 수 있도록 상속공제가 실효성 있게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필요와 수요 맞춰야, 노동 유연화하겠다”
윤 후보는 10일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자동차 부품 생산 중소기업 ‘경우정밀’을 방문해 직원들과 간담회를 한 자리에서 주 52시간제를 개선해달라는 건의를 받고 “근로시간 문제는 다시 국민적 합의를 해야 해 유연화하고 충분한 보상 해주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정부를 담당하게 되면 노동 유연화라는 것을 (하겠다)”며 “결국 유연화라는 건 필요와 수요에 맞게 변해야 하는 걸 말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52시간을 (도입)했을 때 저는 중앙지검장이었다. 중앙지검 우리 직원 중에서도 거기에 대해 불편을 느끼고 반대한 사람들이 많았다. 소득이 줄어드니까”라고 했다. 이어 “노사 간 합의에 따라 당국 승인이나 신고 없이 1년 평균 주 52시간으로 유지하되, 집중적으로 일해야 할 때는 근로시간을 늘리고 그렇지 않을 때는 줄여서 ‘연평균 주 52시간을 맞추게 해 달라는 요구가 많다”며 “아마 주 52시간이라고 하는 게 일종의 최저임금처럼, 근로시간 법제화를 하게 되면 불가역성을 갖고 있어서 (그렇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달 14일 관훈클럽 토론에서도 최저임금제와 주 52시간 근무제를 언급하며 “이미 정해져서 강행되는 근로조건을 후퇴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주 52시간제에 대해선 1∼2개월 단위로 평균을 내고, 노사가 유연하게 근로조건을 협의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번에도 그때와 같은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한 중소기업인은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어려움을 호소하며 ‘사람도 없는 데다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으로 단축돼 임금도 적어지니 사람이 더 안 오는 것 같다. 주 52시간제는 30인 미만은 제한이 없으면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윤 후보는 “국가적 차원에서 그런 애로사항이 해소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노총은 대기업 노조… 구인난 고민 중”
윤 후보는 대기업에 짜 맞춰진 ‘민주노총’이 중소기업에 적용되며 노사 간 근로조건 협의 문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이게 어느 특정 기업만 할 수 없고 업종별로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업종을 어떻게 나눌 건지…”라면서 “저렇게 무리하게 현실적으로 적용되고 문제가 일어나는 건 대부분 중소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의 노조인 민주노총이 지배하고 있는 대기업 노조들과의 영향 아래서 이뤄지다 보니, 중소기업은 노사 간에 받아들일 수 없는 게 만들어져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중소기업 구인난에 대해선 “저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월급을 더 주라고 할 수도 없고”라면서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 이전의 제조업들이 첨단기술 분야가 아니라 하더라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제조업의 경우 공장의 스마트화가 진행돼 나가면 종전보다 직원 구하기 나아지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는 또 “중소기업에 근무하면 월급이 적고 근무 여건이 좋지 않다고 해서 그 부분을 국가 재정으로 어느 정도 인센티브를 주는 걸 고려하고 있다”며 “그 상태로 그냥 두면 도저히 안 되기 때문에 그렇다. 월급을 더 주고 더 나은 사내 복지를 제공하라는 것은 최저임금처럼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그 부분은 결국 재정이 어느 정도 감당해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윤 후보는 “중소기업 가업 승계를 원활히 할 수 있게 국가에서 승계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많은 분이 말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인들이 가업 승계 과정에서 세금 문제에 대한 애로를 호소하자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업상속공제 전반에 대한 개선 의지를 내비치며 공감대를 이끌어 낸 것이다.
아울러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을 때 그에 따라 납품 단가가 조정돼야 하지 않나 말한다”면서 검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계약했더라도 중요한 사정 변경 시 납품단가를 조정할 수 있게 하고, 조정하지 않으면 소위 대기업의 납품업체에 대한 하나의 갑질로서 보고 그에 따른 법적 제재를 가하는 제도가 있다”며 “납품 기업과 발주 기업의 종속관계가 인정된다면 소위 말해 ‘고통 분담’을 같이 해야 한다는 상식이 지배해야 한다. 그 문제도 많은 실질적인 논의와 제도가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