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병원 4분의 1이 심각한 의료 인력 부족을 당국에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미크론 변이에 의한 기록적인 코로나19 증가가 의료시스템을 한계 상황까지 끌어올리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 보건부에 의료 인력 상황 및 병상 관련 데이터를 보고 중인 전국 병원 5000곳 중 1200곳(24%)이 심각한 인력 부족을 신고했다고 CNN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00곳 이상은 1주일 내 의료 부족 상황이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아쉬쉬 자 브라운대 공중보건대학장은 “병원이 지금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코로나19 급증은 미국 의료 시스템의 가장 큰 우려”라며 “코로나19 이외의 상황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돌볼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인구 비율이 높고, 예방 접종을 받지 않은 고위험군의 감염은 병원 자원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구당 코로나19 확진 비율이 가장 높은 뉴욕주 보건부는 전날 환자 수용 능력이 부족한 지역 내 병원 40여 곳에 최소 2주 동안 비필수적 선택 수술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콜로라도주는 환자 응급 여부를 판단해 긴급하지 않으면 치료를 늦추거나 조정할 수 있는 ‘응급의료서비스 위기관리 기준(CSS)’을 적용하기로 했다. 콜로라도주가 CSS를 가동한 건 팬데믹 초기인 2020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주 최고 의료 책임자 에릭 프랜스 박사는 “코로나19 사례가 급증하고, 응급의료 직원의 감염도 늘어 CSS를 재활성화했다”고 밝혔다.
캔자스대 보건시스템도 CSS 시행 기준에 근접했다. 스티븐 스타이츠 박사는 “(CSS 실행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분류하는 스위치를 켜는 것”이라며 “도울 수 있는 몇몇 사람을 죽게 내버려 둬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핫스폿으로 떠오른 워싱턴DC의 경우 지역 내 병원 측이 CSS 시행을 당국에 요청했다. 재클린 보웬스 DC병원협회장은 “병원이 겪고 있는 압력은 완벽한 폭풍우다. 많은 직원이 감염되고 있다”며 “비상사태 선포 등을 통해 병원당 환자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입원환자는 13만8000명으로 이전 최고치(지난해 1월 중순 14만2200명)에 근접했다.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 초(4만5000건)의 3배를 넘어섰다.
보건당국은 그러나 아직 피크가 아니라고 봤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월 4주 동안 38개 지역에서 코로나19 신규 입원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넷째 주에는 2만4700~5만3700명가량의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CDC에 따르면 지난 1월 4일 현재 일주일 평균 신규 입원환자는 1만6458명으로 직전 주 1만271명보다 60.2% 증가했다. 신규 입원환자가 최근 증가세보다 2~3배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CNN이 존스홉킨스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주일 기준 신규 확진자 증가가 50% 이상인 곳은 전국 39개 주에 달한다. 지난 8일 기준 일주일 평균 하루 신규확진자는 70만1199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망자는 1650명으로 1주일 전보다 5.2% 상승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 사례 대비 치명률이 크게 낮다. 그러나 전체 사례가 증가하면서 수치도 덩달아 늘어난 것이다.
조나단 라이너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다음 몇 주 동안 많은 미국 도시 상황이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