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 담판’서 러시아에 “미사일 상호제한” 제안할 듯

입력 2022-01-09 16:41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 모색을 위한 회담에서 러시아에 군사훈련과 미사일 배치를 축소하자고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출구를 찾지 못하는 경우 러시아에 북한이나 시리아 수준의 수출규제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 등을 인용해 “미국 협상단이 유럽 내 미사일 배치와 군사훈련 범위를 논의하기 위한 제안을 들고 월요일 러시아 측과의 회담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각각 이끄는 양국 대표단은 다음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양자회담 방식으로 실무협상을 벌인다.

이번 회담은 우크라이나를 사이에 두고 고조되는 미국 주도 서방과 러시아 간 충돌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러시아가 대규모 병력과 물자를 계속해서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집중시키자 군사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내 미사일 배치와 중거리 미사일 확대 배치에 대해 러시아와 논의할 생각이라고 WP에 전했다.

그는 “우리는 상대 영토에 근접한 전략폭격기와 지상훈련을 포함한 (군사)훈련 규모와 범위에 대한 상호제한 가능성을 기꺼이 모색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의 핵 탑재 항공기를 동원한 군사훈련이 러시아 인근에서 이뤄지며 자국의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었고 주장해왔다. 미국은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 접경에서 어느 때보다 크고 강압적인 군사훈련을 한다고 반박한다.

미국은 러시아가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자국 영향권으로 강제 편입시키려는 것인지, 우크라이나를 지렛대로 서방으로부터 안보적 양보를 끌어내려는 것인지 판단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제네바 회담은 러시아의 본심을 확인할 기회로 평가된다.

WP는 “백악관은 모스크바가 외교를 통한 우크라이나 위기 종식에 진지한지, 아니면 새로운 침공을 위한 지연전술이나 구실로 실행 불가능한 요구를 하고 있는지 시험하려고 한다”고 해설했다. 신문은 “제네바 회담은 유럽 내 전쟁 재발을 피할 수 있는 외교적 합의의 존재 여부를 가장 실질적이고 면밀하게 관찰하는 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오는 12일 벨기에 브뤼셀과 13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는 각각 나토-러시아 평의회 특별회의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기가 열릴 예정이다.

러시아에 대응하는 태도는 미 동맹 간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 발트해 연안국가들과 폴란드를 포함한 나토 동맹과 영국은 처음부터 양보를 거의 거부해왔다. 이에 비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같은 유럽 강대국은 러시아의 제안을 거부하기만 하면 침공 구실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며 미국이 우크라이나 상황을 진정시키는 데 주력하기를 원한다.

러시아 문제에 정통한 미 당국자는 “러시아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볼 때 그들에게 중요한 장소는 오로지 한 곳으로 그건 (미국과의) 양자 간 문제”라며 “나머지는 장식”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할 경우 심각할 경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노출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미국이 유럽 및 아시아 동맹국 등과 다양한 무역규제를 논의 중”이라며 “검토 중인 규제는 러시아로 수출되는 미국 제품과 미국 관할권에 있는 특정 외국산 제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은 “러시아는 쿠바, 이란, 북한, 시리아와 함께 수출을 가장 엄격하게 통제하는 국가에 추가될 수 있다”며 “이 조치는 미국산 제품을 일정 비율 이상 포함하는 경우 해외에서 제조된 제품이라도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