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로부터 북한이탈주민 인정을 받은 뒤 다시 한국을 떠난 이른바 ‘탈남’ 인원이 800명에 육박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탈북 후 한국에 입국했다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제3국으로 망명하는 경우가 많고, 다시 재입북하는 경우도 적지만 꾸준히 있다는 것이다.
9일 한국경찰학회보에 실린 ‘북한이탈주민 탈남 실태분석 및 대응 방안 연구’ 논문에 따르면 제3국으로 망명한 북한이탈주민은 2019년 12월 기준 모두 771명으로 집계됐다. 또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총 30명의 북한이탈주민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과 2013년에는 각각 7명씩 재입북했고,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1명씩 재입북했다. 제3국 망명 인원과 재입북 인원을 합치면 800명을 넘어선다는 게 논문의 설명이다.
이 논문은 북한이탈주민들의 탈남 원인으로 한국 사회 부적응, 경제적 어려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북한당국의 재입북 회유 등을 꼽았다.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지 못하고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 경향이 있으며, 이로 인해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이 탈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하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도 많고 자식 교육 등을 이유로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탈남 현상’은 위장 망명에 따른 범죄를 유발하기도 한다. 한국 국적을 숨긴 채 제3국에서 위장 망명을 시도하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 벨기에, 덴마크 등에서 위장 망명 신청이 적발돼 외교적 문제로 이어지기도 했다. 위장 망명에 실패하면 해당 국가에서 불법 체류를 하거나 이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불법 대출을 받는 등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 재입북한 북한이탈주민은 한국에서 알게 된 북한이탈주민의 신원, 하나원 교육과정 등을 북한당국에 진술하게 되는데, 북한은 이를 기반으로 대남 공작을 벌이기도 한다.
탈남 현상에 대한 대안으로는 북한이탈주민 교육제도 개선, 실효성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정착 지원, 취업 기회 제공 등이 제시됐다.
반면 통일부는 논문에서 인용된 ‘제3국 망명 771명’ 통계는 단순 해외출국 통계라고 반박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관광 목적 출국 등이 포함된 단순 출국 통계를 ‘탈남’으로 표현하는 것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실제 ‘탈남’으로 표현할 수 있는 미귀국자는 수십명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