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평택 화재 순직 소방관 합동 영결식에 참석한 것과 관련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과잉 홍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유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최소 규모의 수행원과 함께 영결식을 찾았다.
그러나 탁 비서관이 영결식 뒷이야기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리면서 조용히 애도를 표하려던 문 대통령이 원치 않게 주목을 받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평택 물류창고 화재 사고로 순직한 이형석 소방위, 박수동 소방교, 조우찬 소방사의 영결식이 열린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를 찾았다.
문 대통령의 영결식 참석은 이날 새벽에 결정됐다. 전날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빈소 조문 소식을 보고 받은 문 대통령이 직접 참석을 결심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며 별도의 의전이나 형식을 갖추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영결식에서 별도의 조사를 하지 않았다. 사회자의 소개도 없었다. 문 대통령은 맨 앞줄이 아닌 가운데 자리에 일반인 참석자와 함께 앉았다.
문 대통령은 참석자 가운데 마지막 순서로 순직 소방관들에게 헌화와 분향을 하고, 운구차가 떠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영결식 도중 수차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문 대통령이 대통령 신분이 아닌, 일반인으로서 애도를 표하길 원했다”며 “영결식 준비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소방청 등에도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미리 알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영결식 참석 배경은 탁 비서관의 개인 페이스북 글을 통해 알려졌다. 탁 비서관은 문 대통령이 영결식장에서 보인 모습과 개인적 소회도 함께 남겼다.
탁 비서관은 “영구차가 떠나기 전 20분 동안 순직 소방관들의 동료들과 함께 겨울 바람 맞으며 서 계신 대통령의 모습이 나는 추웠다”며 “문 대통령은 운구행렬의 뒤를 따르는 유족들과 함께 나란히 걸음을 옮기시면서 세 분 소방관의 마지막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의 제 58주년 소방의 날 연설도 언급했다. 탁 비서관은 “대통령이 소방관들에게 했던 ‘살려서 돌아오라, 그리고 살아서 돌아오라’는 말씀이 자꾸 생각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지난해 6월 쿠팡 물류센터 화재로 소방관 1명이 순직했을 당시 문 대통령의 애도 메시지를 공개하며 “재발방지 대책을 포함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소방청은 소방 공무원 현장 안전사고 방지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종합적인 대책 수립에 나섰지만 비슷한 사고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청와대가 모든 화재 사고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7개월 전 소방관 순직 사고 재발 방지를 주문했는데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결국 청와대가 형식적인 의전을 탈피한 대통령을 홍보하기 보다는 남은 임기동안 실효성 있는 소방사고 근절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탁 비서관은 지난해 6월 문 대통령의 유럽 3개국 순방 암호명과 공군 1호기 내부 회의 사진을 청와대 공식 라인이 아닌 개인 SNS에 공개에 논란을 빚었다.
당시 탁 비서관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조심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활발하게 SNS 활동을 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의전비서관 가운데 현직을 유지하면서 개인 SNS에 청와대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올린 이는 탁 비서관이 유일하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