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코앞에 두고 인접 도시 톈진에서도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특히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의 지역 사회 확산이 계속되고 있어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9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하루 중국 본토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65명으로 이 중 3명이 톈진에서 나왔다. 톈진 확진자 3명 중 2명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확정됐다고 CCTV가 보도했다. 톈진은 지난달 오미크론 해외 유입 사례가 처음 확인된 곳이다. 이후 광저우, 창사, 선전 등으로 퍼졌고 이번에 톈진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추가로 발생했다. 톈진시 방역 당국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밀접접촉자 가운데 18명의 감염자를 추가로 확인해 거점 병원으로 이송, 격리했다고 밝혔다.
톈진은 올림픽이 열리는 베이징에서 140㎞, 고속철로 30분이면 닿는 거리에 있다. 올림픽 개막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산시성 시안, 허난성 쉬창 등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데 이어 베이징 바로 옆 톈진도 뚫린 것이다. 허난성은 전날 56명, 시안은 30명의 확진자를 추가로 보고했다.
톈진 당국은 즉각 29개 주거 단지를 봉쇄했다. 이와 함께 진난, 난카이, 둥리, 시칭구 주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 검사를 실시했다. 나머지 지역은 10일부터 검사에 들어간다. 정해진 시간 내에 핵산 검사를 받지 않으면 스마트폰 앱의 건강코드가 오렌지색으로 바뀌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건물 등에 출입할 수 없다. 톈진시는 이동 자제령을 내리고 이날 예정됐던 교사 자격시험도 취소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3일부터 전면 봉쇄된 시안의 실상을 기록한 ‘장인십일’ 글이 결국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프리랜서 기자 장쉐가 중국 SNS인 위챗 계정에 쓴 원문을 검색하면 ‘공개 계정 정보 서비스 관리 규정을 위반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법규에 따라 내용을 보여줄 수 없다’는 안내 문구가 뜬다. 중국 포털과 다른 SNS에서 장인십일 관련 글도 대부분 삭제됐다.
장안십일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 초창기 후베이성 우한의 실상을 폭로한 ‘우한일기’의 제2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안 주민들이 갑자기 내려진 봉쇄 조치 속에서도 서로 돕는 훈훈한 모습이 나오지만 중국 정부의 융통성 없는 방역 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담겼다.
장쉐는 “행정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정부는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도시에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그들은 1300만명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봤을까”라고 적었다. 또 “방역 통제로 인해 인도주의적 재앙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지난 4일 게시된 이 글은 닷새 만에 결국 사라졌다. 중국에선 정부 정책을 비판하거나 드러내고 싶지 않은 참상을 알린 글은 삭제되고 네티즌의 집중 포화를 맞는 일이 많다.
이는 시안에서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시안에선 지난 1일 한 산모가 병원 앞에서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다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해 유산하는 일이 있었다. 또 가슴 통증을 호소하던 한 30대 남성은 음성 확인서가 없다는 이유로 응급 치료를 못 받고 4시간여 만에 숨졌다.
위건위 궈옌훙 감찰관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어떤 변명으로든 대중의 진료 요구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중증 환자는 적시에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