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잠금 부분을 꾹꾹 누르면 손쉽게 진공포장이 되는 비닐 지퍼백. 그 편리함 때문에 1인 가구든 다인 가구든, 살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생활필수템이 됐습니다.
지퍼백도 일종의 ‘다회용 비닐’입니다. 더는 쓸 수 없을 때 ‘비닐류’로 분리배출해야 하죠. 이때 ‘지퍼 부분은 잘라서 따로 버리고 비닐만 분리배출 하나?’ 고민하는 분들 계실 겁니다. 지퍼 부분이 딱딱하다 보니 비닐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거죠.
알쏭달쏭한 지퍼백 버리기를 포함해 비닐 분리배출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새해에도 생활 밀착 환경 이야기, [에코노트]와 함께 해주세요.
비닐도 플라스틱, 지퍼백은 ‘통째로’ 분리배출
환경부가 제작한 ‘내 손안에 분리배출’ 애플리케이션은 지퍼백 상단 밀폐 부분은 잘라내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통째로 비닐류로 버리면 되는 거죠. 이는 지퍼백의 비닐 부분과 지퍼 부분이 같은 플라스틱이기 때문입니다.
가정에서 분리배출한 비닐의 70%는 ‘고형폐기물연료(SRF)’로 재활용됩니다. 불에 태워서 나오는 열에너지를 발전소나 지역난방 등에 쓰는 건데요. 고형연료로 재활용할 때 지퍼 부분이 섞인다고 방해가 되지 않으니, 통째로 버려도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비닐류’ 분리배출 표시 없는 지퍼백은 어떻게?
요즘은 지퍼백 형태로 된 포장재도 많습니다. 겉모양이 다양하고 일부는 분리배출 표시가 없어서 ‘이것도 분리배출 해야 하나’ 헷갈리곤 하는데요.
우리나라 분리배출 표시를 보면 ‘비닐류’라는 큰 글씨 밑에 HDPE, LDPE, PP, PS, OTHER라는 단어가 적혀있습니다. 여기서 OTHER는 복합재질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커피 원두가 담긴 지퍼백 포장재는 LDPE나 PP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비닐에 은박을 코팅한 형태가 많습니다. 이 경우 분리배출 표시가 없어도 ‘비닐류’로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재질이 섞인 ‘비닐류 OTHER’ 포장재인 셈이기 때문이죠.
사실 비닐은 다른 품목에 비교해 분리배출 구분이 그리 엄격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비닐’로 인식할 수 있는 제품은 색상이나 재질에 상관없이 모아서 ‘비닐류’로 배출하면 됩니다. 택배를 받으면 잔뜩 생기는 뽁뽁이(에어캡)나 택배 비닐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물질 여부’입니다. 테이프나 운송장 등은 모두 제거해야 하고, 이물질이 묻어 있으면 안 됩니다. 깨끗한 비닐만 모아서 배출해주세요. 바람에 흩어지지 않도록 투명 또는 반투명 봉투에 담아서 버려주세요.
다만 PVC 재질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다른 비닐 재질과 섞이면 재활용 공정에 방해가 되거든요. 환경부는 2019년 12월부터 포장재에 PVC를 쓰지 못하도록 하고, 올해부터 ‘비닐류’ 분리배출 표기에서 PVC를 삭제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PVC 재질인 랩은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합니다. 물놀이할 때 많이 쓰는 ‘PVC 방수팩’도 지퍼백 형태가 많은데, 비닐류가 아닌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려야 합니다.
지퍼백과 비닐봉지, 쓸 수 있을 때까지 쓴다면
비닐을 고형폐기물연료(SRF)로 사용하는 비율이 높은 이유는 고품질의 비닐을 선별해 새로운 플라스틱으로 재활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냥 태워서 에너지를 만드는 형태로 재활용하는 거죠.
비닐은 버려지는 양은 많은데 돈이 안 되는 대표적인 쓰레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부는 재활용 업체에 보조금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폐비닐을 수거하고 있습니다.
2017년 한국인 1명당 1년간 일회용 비닐봉지 460개를 사용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무게로 따지면 9.2㎏에 달합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상반기 폐비닐 배출량은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1% 늘었습니다. 민간을 제외한 공공 폐기물 선별장 수치만 집계한 것이니, 전체적으로는 더 많이 늘었겠죠.
습관적으로 지퍼백을 뽑아 쓰거나, 한 번 쓰고 버리곤 하셨나요? 지퍼백도 찢어지거나 손상되지 않는 한 깨끗이 씻어서 재사용할 수 있습니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지퍼백도 일반 비닐봉지와 마찬가지로 어떻게 버릴지 고민하기보다 사용 자체를 줄이는 게 가장 바람직합니다.
올해는 지퍼백도 비닐봉지도 이런 마음으로 대해보면 어떨까요. ‘꼭 필요할 때만 쓰고, 한번 쓴 것은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쓴다.’ 이 한 가지 마음가짐으로 말이죠.
‘환경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죠?’ 매일 들어도 헷갈리는 환경 이슈, 지구를 지키는 착한 소비 노하우를 [에코노트]에서 풀어드립니다. 환경과 관련된 생활 속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