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세계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34·세르비아)에 대한 호주 정부의 입국 거부 사태가 국가 간 신경전으로 번지고 있다. 세르비아 정부는 호주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미국 스포츠채널 폭스스포츠는 7일(한국시간) “조코비치가 호주오픈 출전을 위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4대 메이저 테니스대회 중 매년 첫 번째로 개최되는 호주오픈은 오는 17일 멜버른에서 개막한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타이틀 방어를 위해 지난 5일 밤 멜버른 국제공항에 도착했지만, 호주 정부로부터 ‘코로나19 백신 면제 조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자를 발급받지 못했다.
출입국을 담당하는 호주연방국경부는 당초 입국을 거부했지만 ‘즉시 송환’ 결정을 유예했다. 그 덕에 조코비치는 호주 법원의 최종 결정이 나오는 10일까지 즉시 조국으로 돌아가는 조치만은 면했다. 현재 멜버른의 한 호텔에 체류하고 있다. 이 호텔은 한때 코로나19 격리 시설로 사용됐다. 지금은 난민을 수용하는 시설로 사용된다.
호주연방국경부는 ‘조건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을 뿐, 조코비치의 백신 접종 여부를 분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조코비치에 대한 입국을 거부한 것으로 추정만 되고 있다. 조코비치는 코로나19 대유행에서 공개적으로 백신 접종에 반대해왔다. 자신의 접종 여부에 대해서도 언급하길 꺼렸다.
세르비아 정부는 조코비치에 대한 입국을 승인하지 않고 격리한 호주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까지 나섰다. 부치치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에 대한 부당한 대응을 중단하라. 호주가 정치적 마녀사냥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르비아 정부는 호주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국회의사당 앞에선 ‘조코비치 격리 해제’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조코비치 아버지가 집회를 주도하고 있다. 조코비치의 아버지는 “조코비치가 곧 세르비아고, 세르비아는 곧 조코비치다. 아들에 대한 공격은 곧 세르비아에 대한 공격과 같다”고 호주 정부를 비난했다.
조코비치의 아버지는 호주를 포괄하는 서방세계가 세르비아인이라는 이유로 조코비치에게 부당하게 행동한다며 1999년 코소보 전쟁 당시 세르비아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공습까지 거론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규정은 규정이고 특별 대우는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