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운 빈다’던 이준석, 극적 화해 후 “60일이면 충분”

입력 2022-01-07 06:46 수정 2022-01-07 10:07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준석 대표의 발언에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무운을 빈다.”→“60일이면 충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극한 갈등을 빚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극적 화해 후 오는 3월 9일 대선을 향한 포부를 새롭게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5일까지만 해도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무운을 빈다. 당대표로서 당무에는 충실하겠다”며 사실상 윤 후보를 돕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6일 저녁 의원총회 연설 이후 윤 후보와 갈등 봉합 장면을 연출했고, 다음날인 7일 새벽에는 “60일이면 충분하다”며 본격적인 ‘원팀’ 행보를 예고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캡처

한 발 물러난 이준석…“연습문제 발언, 정말 죄송하다”
이 대표는 전날 의총에서 28분간 연설문을 따로 준비하지 않은 채 즉흥 연설을 했다. 그는 “만약 오늘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의견을 모아서 이준석의 복귀를 명령하신다면 저는 지정해주신 어떤 직위에도 복귀하겠다”며 한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지난 2주 동안 돌아올 수 없었던 것은 아직 우리 당에 기대를 갖고 있는 젊은 세대와 함께하려 했던 것”이라며 불협화음을 빚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제가 당 선거업무에 복귀할 땐 단순히 개인이 책임감에 의해 복귀하는 모양새보다 당이 다시 젊은 세대가 지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해서 그들이 오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과연 2주 동안 무엇이 바뀌었나”라며 반문했다.

이 대표는 당 내부의 ‘선당후사’ 조언에 대해서도 “외람되게도 그 방법론에 동의하지 않은 게 참 많았다”고 했다. 그는 “제 나이 때쯤 되면 '당을 위해 네가 희생해라'라는 말은 애초 들리지도 않는 표현일 것이고, '당을 위해 무조건 따르라'는 표현은 설득 방법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극한 대치 끝에 전격 화해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6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표는 ‘연습문제’ 발언에 대해서는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전날 권영세 선대본부장을 통해 윤 후보에게 ‘연습문제’를 제안했다가 의원들의 비판을 받았다. 그에 대해 이 대표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마케팅 용어를 쓴 것”이라며 “마침 권 본부장이 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풀리지 않았던 문제를 풀 수 있는지 ‘연습문제’라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그 표현이 불편했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세대 결합론’에 대한 강조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선거 60여일 앞둔 지금 시점에 이 자리에서 저는 동의하고 나가야 할 게 있다. 선거 승리를 위한 대전략이 뭔가”라며 ‘세대 결합론’을 재차 언급했다.

그는 “한분 한분 다 ‘선거에 지면 당이 해체된다’는 오직 그것만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죄송스럽지만 말하고 싶은 건 그만큼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며 “지지층과 싸우지 말고, 이준석과 싸우지 말고, 후보자와 싸우지 말고, 우리의 안 좋은 모습과 싸워달라”고 강조했다.

험악했던 의총 분위기…박수로 마무리
이날 의총은 윤 후보 지지율 하락에 대한 책임을 이 대표에게 추궁하고 퇴진을 요구하는 차원에서 열렸다.

의총에서는 한때 이 대표의 사퇴결의안이 나오면서 격론이 이어졌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사이코패스, 양아치인데, 우리 당 안에도 사이코패스, 양아치가 있다”(박수영 의원), “오만방자하다”(김태흠 의원) 등의 수위 높은 비난까지 나왔다.

극한 대치 끝에 전격 화해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6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두 팔을 들어 올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현 원내대표, 윤 후보, 이 대표, 권영세 사무총장.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표의 연설을 듣던 의원들은 내내 싸늘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비공개 토론으로 전환되기 전 이 대표가 연설 말미에 “오직 하나, 우리가 단결돼서 승리를 위해 가겠다는 마음만 모으면 내일부터 치고 올라갈 수 있고 오늘 그런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하자 의원들 사이에서도 박수가 나왔다.

윤석열 “다 잊자”…이준석 “또 도망가면 사퇴”
극한 대치 끝에 전격 화해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6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후 오후 8시쯤 윤 후보가 의총 현장에 등장해 “대선 후보인 저의 잘못”이라고 말하면서 이 대표와 극적인 화해 장면이 연출됐다.

윤 후보는 “이제 다 잊어버리자. 승리를 통해 우리 당을 재건하고 나라를 정상화하자. 행복한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수권 정당이 되도록 함께 뛰자”고 말했고, 이 대표는 “당사에 침대를 놓고 숙식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비공개 의총에서는 “세 번째로 도망가면 당 대표를 사퇴하겠다”고 다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저녁 의원총회가 끝난 뒤 이준석 대표가 직접 운전하는 차를 타고 평택 소방관 빈소로 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화해 이후 이 대표는 윤 후보에게 전날 경기도 평택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 빈소로 함께 이동해 조문할 것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일일 운전기사’를 자처했고, 윤 후보는 자리에서 일어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화답했다. 이에 이 대표는 “이렇게 쉬운 걸 말입니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