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운을 빈다.”→“60일이면 충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극한 갈등을 빚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극적 화해 후 오는 3월 9일 대선을 향한 포부를 새롭게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5일까지만 해도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무운을 빈다. 당대표로서 당무에는 충실하겠다”며 사실상 윤 후보를 돕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6일 저녁 의원총회 연설 이후 윤 후보와 갈등 봉합 장면을 연출했고, 다음날인 7일 새벽에는 “60일이면 충분하다”며 본격적인 ‘원팀’ 행보를 예고했다.
한 발 물러난 이준석…“연습문제 발언, 정말 죄송하다”
이 대표는 전날 의총에서 28분간 연설문을 따로 준비하지 않은 채 즉흥 연설을 했다. 그는 “만약 오늘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의견을 모아서 이준석의 복귀를 명령하신다면 저는 지정해주신 어떤 직위에도 복귀하겠다”며 한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지난 2주 동안 돌아올 수 없었던 것은 아직 우리 당에 기대를 갖고 있는 젊은 세대와 함께하려 했던 것”이라며 불협화음을 빚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제가 당 선거업무에 복귀할 땐 단순히 개인이 책임감에 의해 복귀하는 모양새보다 당이 다시 젊은 세대가 지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해서 그들이 오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과연 2주 동안 무엇이 바뀌었나”라며 반문했다.
이 대표는 당 내부의 ‘선당후사’ 조언에 대해서도 “외람되게도 그 방법론에 동의하지 않은 게 참 많았다”고 했다. 그는 “제 나이 때쯤 되면 '당을 위해 네가 희생해라'라는 말은 애초 들리지도 않는 표현일 것이고, '당을 위해 무조건 따르라'는 표현은 설득 방법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연습문제’ 발언에 대해서는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전날 권영세 선대본부장을 통해 윤 후보에게 ‘연습문제’를 제안했다가 의원들의 비판을 받았다. 그에 대해 이 대표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마케팅 용어를 쓴 것”이라며 “마침 권 본부장이 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풀리지 않았던 문제를 풀 수 있는지 ‘연습문제’라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그 표현이 불편했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세대 결합론’에 대한 강조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선거 60여일 앞둔 지금 시점에 이 자리에서 저는 동의하고 나가야 할 게 있다. 선거 승리를 위한 대전략이 뭔가”라며 ‘세대 결합론’을 재차 언급했다.
그는 “한분 한분 다 ‘선거에 지면 당이 해체된다’는 오직 그것만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죄송스럽지만 말하고 싶은 건 그만큼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며 “지지층과 싸우지 말고, 이준석과 싸우지 말고, 후보자와 싸우지 말고, 우리의 안 좋은 모습과 싸워달라”고 강조했다.
험악했던 의총 분위기…박수로 마무리
이날 의총은 윤 후보 지지율 하락에 대한 책임을 이 대표에게 추궁하고 퇴진을 요구하는 차원에서 열렸다.의총에서는 한때 이 대표의 사퇴결의안이 나오면서 격론이 이어졌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사이코패스, 양아치인데, 우리 당 안에도 사이코패스, 양아치가 있다”(박수영 의원), “오만방자하다”(김태흠 의원) 등의 수위 높은 비난까지 나왔다.
이 대표의 연설을 듣던 의원들은 내내 싸늘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비공개 토론으로 전환되기 전 이 대표가 연설 말미에 “오직 하나, 우리가 단결돼서 승리를 위해 가겠다는 마음만 모으면 내일부터 치고 올라갈 수 있고 오늘 그런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하자 의원들 사이에서도 박수가 나왔다.
윤석열 “다 잊자”…이준석 “또 도망가면 사퇴”
이후 오후 8시쯤 윤 후보가 의총 현장에 등장해 “대선 후보인 저의 잘못”이라고 말하면서 이 대표와 극적인 화해 장면이 연출됐다.
윤 후보는 “이제 다 잊어버리자. 승리를 통해 우리 당을 재건하고 나라를 정상화하자. 행복한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수권 정당이 되도록 함께 뛰자”고 말했고, 이 대표는 “당사에 침대를 놓고 숙식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비공개 의총에서는 “세 번째로 도망가면 당 대표를 사퇴하겠다”고 다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해 이후 이 대표는 윤 후보에게 전날 경기도 평택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 빈소로 함께 이동해 조문할 것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일일 운전기사’를 자처했고, 윤 후보는 자리에서 일어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화답했다. 이에 이 대표는 “이렇게 쉬운 걸 말입니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