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임원들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한 뒤 지분을 대량 매각한 것과 관련해 카카오 노조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의 차기 카카오 공동대표 선임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대량 매각 사태와 관련해 소액 주주들 사이에서는 ‘경영진의 먹튀’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 지회(카카오 노조)는 전날 성명을 내고 “카카오는 이번 사태의 핵심인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의 신임 카카오 대표 내정을 철회하라”고 밝혔다
지난달 10일 류영준 대표(23만주)와 신원근 차기 대표 내정자(3만주), 이진 사업지원실장(7만5193주), 나호열 최고기술책임자(3만5800주), 이지홍 브랜드실장(3만주) 등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은 스톡옵션으로 받은 회사 주식 44만993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로 팔아치웠다.
이들은 1주당 5000원에 주식을 취득했는데 20만4017원에 매도해 모두 878억원의 차익을 봤다.
류 대표는 약 460억원을, 신 대표 내정자는 약 60억원을 각각 현금화했다.
통상 경영진의 지분 대량 매각은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코스피 상장사에서 다수의 경영진이 이처럼 대량의 주식을 한 번에 팔아치운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경영진이 주식을 매도하기 전인 지난달 9일 카카오페이 주가는 20만8500원이었다. 하지만 경영진의 주식 매각 이후 주가는 하락세를 거듭했고 이날 15만2000원에 장을 마쳤다.
주식 커뮤니티에서 개미 투자자들은 “경영진의 먹튀” “류영준 대표는 자진사퇴해라” “대기업이 아닌 동네 양아치” 등의 격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카카오페이는 2017년 카카오에서 분사해 설립된 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포괄임금제를 유지하고 있고 유연근무제도 시행하고 있지 않다”며 “직원들은 지금까지 충분히 고통을 감내하고 회사 성장을 위해 참아왔지만, 그 결과로 경영진은 수백억원의 차익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진의 집단 매도는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을 알고 있음에도 주요 경영진들이 동시에 지분을 매각한 것은 유가증권시장 개장 이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며 “경영자로서 윤리의식이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은 주식 매각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지난 4일 전사 간담회를 열고 직원들에게 사과했다.
류영준 대표와 신원근 카카오페이 차기 대표 내정자는 간담회에서 “상심이 크셨을 주주와 크루(직원) 등 이해관계자분들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신 내정자는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 및 주식 매도 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리스크를 점검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경영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승욱 노동조합 지회장은 “한 번의 간담회는 면죄부가 될 수 없고, 책임을 지는 것은 류 대표가 카카오 신임 대표에서 사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