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또 충돌했다. 윤 후보가 지난 5일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 결별하면서 새 출발을 다짐했지만 집안싸움은 계속되는 형국이다.
3월 9일 대선은 물론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선거, 6·1 지방선거까지 염두에 둔 주도권 싸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윤 후보는 6일 서울 여의도역 앞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인사를 했다. 이 대표가 ‘연습문제’라는 이름으로 제안했던 선거운동 방식이었다. 윤 후보는 이 대표가 내놓은 ‘연습문제’를 푸는 성의를 보였지만, 갈등 봉합에는 실패했다.
윤 후보는 사전 공지 없이 갑작스럽게 지하철역 인사를 진행했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이 대표에 대한 존중”이라고 표현했다. 권 본부장은 “윤 후보 본인이 밤새 고심 끝에 이 대표가 내놓은 숙제를 직접 나서서 했다”며 “쇄신 의지를 분명하게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윤 후보의 출근길 인사에 대해 “관심 없다”며 싸늘한 반응을 내놓았다. 이 대표와 아무런 협의 없이 윤 후보가 일정을 일방적으로 소화한 데 대한 불만인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표현이 부족했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당직 임명 과정에서도 파열음을 냈다. 윤 후보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권 본부장을 사무총장에, 측근인 이철규 의원을 전략기획부총장에 각각 임명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인사 자체를 반대하며 임명안 상정 자체를 거부했다.
사무총장단 인선은 최고위 의결 사항이 아닌 협의 사항이다. 이준석 당대표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당무우선권을 가진 윤 후보는 인사를 강행했다. 윤 후보는 당헌·당규에 보장된 당무우선권을 행사했지만, 또 다른 충돌의 불씨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후보는 비공개 회의 직전 이 대표와의 독대를 통해 직접 조율에 나섰다. 그러나 이 대표는 끝까지 이 의원을 비토했다. 이 대표는 이 의원이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이라는 이유로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출신인 이 의원은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윤 후보를 지원했고, 선대위 총괄상황본부 종합상황실장을 지냈다.
윤 후보와 이 대표가 언쟁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회의는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는 임명 과정과 관련해 “의견을 구하는 협의 절차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권영세 사무총장 임명에는 이견이 없지만,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있었다”고 갈등을 숨기지 않았다.
의원총회에서 윤 후보와 가까운 의원들은 이 대표 비판에 앞장섰다. 윤 후보와 이 대표가 타협책을 찾기 보다는 더 큰 일전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재보선의 공천권도 화약고다. 윤 후보 측은 대선과 동시에 실시되는 재보선이기 때문에 윤 후보가 당무우선권을 활용해 ‘러닝메이트’ 격인 후보자들을 직접 공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공천권을 호락호락 넘겨줄 분위기는 아니다. 이 대표는 이미 공천관리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실무 준비에 착수했다.
양측의 첨예한 갈등에 대해 2030세대 청년들은 윤 후보에게 쓴소리를 쏟아냈다. 윤 후보가 이 대표를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상헌 강보현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