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조건부 승인’ 방향에… LCC, 알짜노선 채비

입력 2022-01-09 08:30
티웨이항공기. 티웨이항공 제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이 ‘조건부 승인’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들뜨고 있다. 그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중장거리 노선이나 단거리 ‘알짜노선’을 운항할 가능성이 열리면서 적극적으로 채비에 나선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중대형기 추가 도입을 검토하는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통합항공사의 운수권, 슬롯 재분배를 조건으로 하는 기업결합 승인으로 가닥을 잡기 전부터 중대형기 도입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더 속도를 붙이기로 했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호주 크로아티아 싱가포르 같은 중장거리 노선 취항을 목표로 A330-300 기종 3대 도입을 계획했으나, 유럽과 북미까지 가는 장거리 노선 운항을 위한 중대형기 추가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런던, 파리 등 주요 유럽 노선과 LA, 뉴욕 같은 북미 장거리 노선뿐 아니라 김포공항발 국제선, 인도네시아·몽골 노선 등 중단거리 노선의 운수권 획득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이 노선들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B737-800 항공기로도 운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항공사 첫 출범부터 중형기인 B787-9(드림라이너)를 도입한 에어프레미아는 중장거리 노선 운항에 방점을 찍은 상태다. 지난달 말 인천~싱가포르 노선으로 국제선에 첫 취항한 에어프레미아는 동남아 노선을 시작으로 올해는 미주 취항도 계획하고 있다. 당장은 국제선 여객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벨리카고(여객기 화물칸)를 이용한 화물운항을 먼저 하고, 앞으로 여객 운송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제주항공도 중장거리 노선 취항 및 중대형기 도입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좋지 않아 잘하는 것(단거리 노선)에 집중하지만, 시장 환경이 달라지면 장거리 노선도 고려하고 준비할 수 있다. 통합항공사의 운영까지 2, 3년가량 남았으니 준비할 시간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LCC들은 그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점유율이 높았던 김포공항발 국제선, 인천~몽골 울란바토르 노선 등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김포~일본 하네다(도쿄) 노선 운항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 노선들은 이른바 ‘알짜노선’으로 분류된다.

한 LCC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도입을 결정하고 인수하는 데까지 빠르면 1년 이내에도 가능하다”며 “대형항공사 합병 전까지 장거리 노선 운항 준비를 마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회수된 운수권 미행사로 외국항공사들만 이득을 볼 것이라는 우려는 없을 듯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