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장기화로 침체된 극장가가 변화를 꾀하고 있다. 상영관을 개조해 스포츠 공간을 만들거나 영화 캐릭터를 활용한 NFT 굿즈를 선보이는 등 사업 다각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CJ CGV는 오는 7일 서울 종로구 CGV피카디리1958의 2개 상영관을 개조해 스포츠 클라이밍짐 ‘PEAKERS(피커스)’를 선보인다고 6일 밝혔다. CGV는 “코로나19 이후 건강 및 체력 증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트렌드에 발맞춰 상영관 시설을 여가 시설로 변모시킨 첫 사례”라며 “영화를 보기 위함이 아니라 나들이하듯 새로운 여가 문화를 즐기기 위해 영화관을 찾을 수 있도록 과감한 변신을 꾀했다”고 설명했다. 상영관의 특성상 천장이 높다는 점을 활용해 클라이밍 공간을 마련했다고도 부연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극장가의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일상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극장가의 리스크도 장기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된다 해도 극장가가 과거와 같을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 2년간 대중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이용해 영화를 시청하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롯데시네마는 MZ세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영화 캐릭터를 활용한 NFT 콘텐츠를 선보였다. 지난해 연말 ‘매트릭스: 리저렉션’을 개봉하면서 기념 NFT 굿즈를 론칭해 3만여명에게 증정했다. 영화의 캐릭터와 영화 속 주요한 상징 요소를 3D로 구현했다.
영화와 NFT의 접목은 지난 5일 롯데컬처웍스가 밝힌 새해 ‘뉴 비전’에도 포함됐다. 올해 MZ 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 경험 공간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앞으로 롯데시네마는 MZ 세대를 겨냥한 NFT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론칭할 예정이다.
극장가는 코로나19 이후 지난 2년간 적자에 시달려왔다. 관객 수가 줄면서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미뤘다. 기대작들이 개봉을 미루면서 관객이 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지난해 3분기 CJ CGV의 영업손실은 775억원이었다. 지난해 동기 대비 적자 폭은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다.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9.5% 감소한 893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일상 회복이 시작되면서 방역 수칙이 완화됐지만 한 달 만에 원상 복귀되면서 업계의 기대감도 잦아들었다.
이러한 영화관의 사업 다각화가 실제 관객 유인 효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영화관과 스포츠 공간이 얼마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화를 활용한 NFT 굿즈 역시 관객을 유인할만한 콘텐츠가 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CGV 관계자는 “고객들이 영화관에서 어떤 콘텐츠 즐길 수 있을지 시도를 하는 것”이라며 “(피커스) 운영 성과를 토대로 앞으로 (스포츠 관련 사업을) 더 확대할 것인지 여부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