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지속(원화 가치 하락)하면서 달러당 1200원을 넘어섰다. 원화 가치의 지속적인 하락세에 국내 증시도 힘을 잃었다. 코스피는 1%대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4.1원 오른 120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달러당 12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0년 7월 24일 이후 1년 5개월 여 만이다.
이날 환율은 개장과 동시에 달러당 1200원을 돌파했다. 이후 외환 당국의 속도조절 경계감 등으로 장중 1200원 밑으로 내려가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다시 1200원 선을 넘어선 채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기조를 강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전날 미 뉴욕 증시가 급락했다. 위험 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결국 달러당 원화 가치도 심리적 저항선인 1200원선을 내줬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0일 이후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4거래일간 12.2원 올랐다.
원‧달러 환율의 지속적인 상승은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한다. 환율 상승이 예상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리 국내 주식을 팔고 달러로 환전하는 것이 이득이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국내 증시에서 이익을 봤더라도 달러로 환전할 때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원화 가치의 하락은 국내 증시에서 자금 유출로 이어지게 된다.
달러 강세는 이날 국내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33.44포인트(1.13%) 낮은 2920.53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기관이 4827억원을 팔아치우며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개인은 2824억원, 외국인은 1806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카카오(-5.21%) 네이버(-4.65%) 등 시가총액 상위 기술주들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해당 종목들에 투자 비중이 높은 개인 투자자들의 손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동학 개미’들은 최근 1개월 간 네이버와 카카오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각각 1개월 간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종목 1위, 2위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3일부터 전날까지 네이버를 6266억원, 카카오를 5874억원 순매수했다.
네이버는 지난달 3일 종가가 40만2000원이었는데 이날 33만8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카카오는 지난달 3일 종가가 12만3500원이었다. 최근 3거래일 연속 하락해 이날 10만원으로 마감했다.
기재부 “환율 변동 확대시 시장 안정 노력 강화”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오전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에서 최근 환율 상승 배경에 대해 “연초 들어 미 연준이 조기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 달러가 원화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통화 대비 전체적으로 강세를 나타내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 차관은 “특히 간밤에 연준의 12월 FOMC 의사록이 나오면서 조기 금리 인상, 대차대조표 축소 가능성이 시사된 데에 시장이 굉장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시장의 쏠림이나 급격한 변동성 확대가 발생할 경우에는 계속 그래왔던 것처럼 시장 안정 노력을 강화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환율의 방향성과 관련해 신한금융투자 김찬희 연구원은 환율이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할 가능성보다는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오미크론 변이와 연준의 조기 긴축, 중국발 경기 둔화 등 불확실성 요인들이 경제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1200원을 상회하더라도 지속 가능성은 낮다”며 “환율 하락이 재개될 시점은 1분기 중순 이후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