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도내에서 교통량이 가장 많은 고속화도로에 한 민간업체의 휴게음식점 직접 진·출입로 개설을 허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들은 교통사고 우려가 높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제주도가 해당 도로 인근 매장에 직접 진·출입로를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도는 제주국제공항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를 잇는 주요 도로인 평화로 중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교차로 인근에 민간업체 휴게음식점 진·출입로 개설을 허가했다.
허가를 받은 건물은 9442㎡ 부지에 건축 연면적 1378㎡ 규모의 높이 4m 단층 건물로 오는 12월 준공 예정이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 판매로 유명한 해외 브랜드 커피전문점이 입점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시설물에는 법정주차대수의 14배인 126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조성된다.
주민들은 즉각 우려하고 나섰다. 평화로는 신호나 건널목이 없어 차들이 멈추지 않고 달리는 고속화도로이기 때문에 직접 진·출입 방식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실제 평화로는 무수천교차로부터 제4동광교까지 일단 차량이 진입하면 정차없이 주행하는 고속화도로로 설계됐다.
때문에 평화로 주변 건축물들은 모두 우회 진·출입하는 방식으로 도로 점용 허가를 받아왔다.
지난 2017년 제주도 소방안전본부가 평화로 어음리(애월읍) 구간에 안전체험관 진입도로 개설을 요청했을 때 제주도는 같은 이유로 ‘불가’ 입장을 냈다. 평화로 개통 이후 현재까지 직접 진·출입로가 허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장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유수암리 상동 주민들은 “건물에 진·출입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면 뒤따라오던 차량들과 충돌할 위험이 매우 높다”며 “그래서 다른 영업장들도 우회 진입 방식으로 도로 점용 허가를 받은 것이 아니겠느냐”고 일축했다.
주민들은 “제주시 내에서도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도로변까지 줄선 차량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시속 50㎞ 이내인 시내 일반도로와 시속 80㎞까지 달릴 수 있는 고속화도로에서의 위험성은 전혀 다르다”고 우려하고 있다.
매장 이용자들이 안전한 진·출입을 위해 속도를 과도하게 줄일 경우 주변 교통 흐름을 방해해 이동시간 단축이라는 당초 고속화도로 개통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평화로 해당 구간은 도내 법정도로 중 일일 교통량이 가장 많은 지점(관광대)과도 인접해있다.
허가를 내준 제주도 관련 부서는 “경찰, 도로교통안전공단, 자치경찰단과 한 차례 현장 점검을 했고 각 기관의 의견을 수합해 보완을 요구한 뒤 도로 연결 허가를 내줬다”고 설명했다.
반면 도로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관련법상 진입도로 개설이 불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진입도로 개설을 할 경우 필요한 조치(감속 및 가속 도로 확보, 회전 거리 확보) 등에 대해 자문을 해 준 것이지 허가를 내도 된다는 의견을 낸 적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도내 시민단체도 도의 이번 결정에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제주주민자치연대는 성명을 내고 “평상시에도 교통사고 우려가 높은 지점에 진·출입로가 만들어지면 위험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제주도는 특혜 시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이번 결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도로 연결 허가 기준이 명시된 ‘제주도 도로와 다른 도로 등과의 연결에 관한 조례’는 도로 연결로 인해 교통의 안전과 소통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연결 허가를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