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공약을 내걸자 청와대가 머쓱한 상황이 됐다.
청와대는 2017년 8월 이른바 문재인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하며 탈모를 건보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건보 재정이 한정돼 있기에 미용 측면이 강한 탈모 보단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초음파 검사 비용 등을 지원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1000만 탈모인을 중심으로 이 후보 공약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커지면서 청와대 일각에선 임기 초반부터 민생 체감형 정책의 일환으로 탈모 치료제 지원에 나섰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6일 탈모약 건보 적용 가능성과 실효성에 대해 “청와대가 대선 후보의 공약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당초 청와대 내부에선 임기 초반부터 탈모를 미용이 아닌 정신 질환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탈모인이 겪는 스트레스가 상당하고, 이런 심리적 요인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질병이나 검사를 먼저 급여화 해야 한다는 반발에 부딪혀 탈모 치료제 지원은 번번이 무산됐다.
재정 지원과 별개로 문재인정부가 탈모인에게 너무 무관심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탈모인이 겪는 어려움 등을 언급한 적은 한번도 없다.
대신 여당 정치인에 감사를 표하며 탈모를 에둘러 표현한 사례는 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1월 11일 민주당 원내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홍영표 전 원내대표에게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힘이 들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임기 초반 탈모를 앓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2017년 9월 18일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 등 3박5일 일정으로 미국 뉴욕을 방문하기 위해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출국 전 참모 및 국무위원에게 인사를 나누는 장면에서 포착된 문 대통령의 머리 모양이 화제가 됐다. 오른쪽 뒤편의 두피가 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스트레스성 원형 탈모라는 추측이 나왔다.
당시 청와대는 바람이 거세게 불어 문 대통령의 머리카락이 흩날리면서 발생한 장면이라고 해명했다.
문 대통령은 같은 해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 씨가 “심하게 탈모가 생겨 속살을 보였다. 전국의 탈모인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인사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