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5일 나흘 전 강원도 동부전선에서 벌어진 ‘철책 월북’ 사건과 관련한 군의 부실한 경계 태세와 대응에 “언제부터 이렇게 남북 간 왕래가 자유로웠느냐”는 등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서욱 국방장관, 원인철 합참의장 등을 상대로 긴급 현안질의를 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사단에 가면 이산가족도 자유롭게 상봉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지경이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있느냐”며 “대한민국 최전선 부대의 군 기강이 이렇게 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 모든 장병이 해태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육군(참모)차장은 어디에 계시느냐. 초급장교 훈련을 어떻게 시키는 거냐. 정상적인 군대라고 할 수 있느냐”며 “기상천외한 발상일지 모르지만 합동 차원에서 해병대도 시험 삼아 함께 경계작전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 오죽 답답하면 이런 말씀을 드린다”라고 했다.
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도 “노크귀순, 월책귀순, 헤엄귀순에 이어 이번이 4번째다. 왜 22사단에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 이 100km의 책임구역을 계속 22사단에 맡기는 게 현명한 것인가. 결단을 내려야 하느냐를 두고 토론이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또 언제 월북, 귀순이 일어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경계하는 부대다. 경계 실패의 원인을 분명히 밝히고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경계에 실패한 군인에 대해 지휘책임의 문제나 방심의 문제가 있으면 엄중히 질책하고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월북자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고 몇 사람이 회의하고 판단해서 ‘아, 이거는 월북이 아니다’라고 한 것인데 누가 이런 결론을 냈느냐. 어떤 근거에서 그런 판단을 내렸냐“며 “지금 우리 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월북자가) 지형, 지물을 잘 숙지하고 있다. 이렇게 능수능란한 걸 봤을 때 충분히 대공용의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월북자의 간첩 의혹을 제기했다. 한기호 의원도 “월북자가 간첩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대북통지문을 보내 그 사람을 보호하라고 얘기하느냐”며 “‘간첩 가니까 잘 받아줘라’, 이렇게 얘기하는 거냐. 그런 통신문을 보낸 것 자체가 이미 경계를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또 이번 월북 사건이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병력을 철수시킨 GP(감시초소) 인근에서 발생한 것을 거론하며 남북군사합의의 문제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국방부에 “앞으로 이 GP에 병력을 투입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라며 “9·19 군사합의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우리 경계 태세를 무너트리고 망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야당은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GP 철수로 경계에 실패했다고 지적하는데 2012년 10월 노크 귀순은 GP가 없어서 일어난 일이냐”며 “이번 사건의 원인이 남북군사합의에 있는 것처럼 인과 관계를 호도하는 것은 견강부회(牽强附會·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 붙여 자기에게 유리하게 함)”라고 반박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