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 택한 정부, ‘방역패스 or 거리두기’ 당위 역설

입력 2022-01-05 18:47
4일 오후 서울 한 음식점에서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가 QR 체크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법원의 청소년 방역패스 효력 정지 결정에 즉시항고하고 방역패스 효과를 재차 강조한 배경에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이번 사태가 방역패스 전반에 대한 거부로 번질 시 사회적 거리두기 외에 방역 관리 수단이 마땅치 않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5일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방역패스 확대가 현 상황에서 과학적·합리적인 대응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광범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제로(0) 코로나’ 전략을 고수하는 중국을 제외하곤 일상회복에 돌입한 국가 대부분이 1차 대응 전략으로 방역패스 대폭 확대를 꺼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 외엔 뚜렷한 대안이 없다며 난처하다는 뜻도 내비쳤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경제적 피해도 크거니와 국민 피로가 많이 쌓일 수밖에 없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방역패스에 대한 사회적 거부가 커지면 거리두기 외엔 별다른 유행 통제 장치가 없게 된다”며 “굉장히 곤욕스러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방역 당국은 방역패스 효력이 정지된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에 대해선 일단 밀집도 기준 등 종전의 방역조치를 부활시키겠다면서도 방역패스가 필요하다는 입장은 그대로 유지했다. 학령기 미성년자를 학교급별로 나눴을 때 접종률이 낮은 초등학생 연령대의 발생률이 가장 높다는 사실이 백신 효과를 거꾸로 증명한다는 것이다.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관리팀장은 “(청소년 접종률을) 최소한 전국민 평균 1·2차 접종률인 86%, 83% 정도론 높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0시 기준 14~16세의 1차 접종률은 75.4%로 집계됐다.

다만 일부 보완 조치는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학적 사유 등으로 인해 방역패스 적용에서 예외로 인정 받는 범위를 넓히는 등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정부가 백신 효과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방역패스 도입 전후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입증해 설득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정부가 (청소년 접종을) 실질적으로 강제하다 보니 이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대상자들이) 오히려 거부감만 느낀다”고 진단했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4444명 늘었다. 같은 요일 기준으로 6주 만에 4000명대로 감소했다. 위중증 환자도 953명으로 이틀째 1000명 미만을 기록했다. 중증환자 전담 병상 가동률은 전국 56.5%로 나타나 52일 만에 50%대로 낮아졌다. 수도권에선 병상이 많이 늘어나면서 이 수치가 56.3%로 오히려 전국 평균을 밑돌게 됐다.

정부는 증상 발현 후 20일이 지난 중환자실 코로나19 장기 입원 환자 288명을 대상으로 이날 오후 전원·전실 사전 권고를 내렸다. 이후 사흘의 소명 기간이 지나면 실제 행정명령이 내려진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