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앞두고 바빠진 산업계… 재계 “경영환경 악화 우려”

입력 2022-01-05 17:35
산업재해 그래픽. 국민일보DB

산업계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분주하다. 안전관리 인력을 보충하고 별도 기구를 만드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법안 해석의 모호함 등의 어려움은 여전하다는 목소리가 아직도 나온다.

5일 재계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는 게 법의 핵심이다.

기업들이 가장 걱정하는 지점은 명확하지 않은 중대재해 기준이다. 질병자 범위를 ‘유해인자에 따른 것’으로만 규정하고, 부상 등 직업성 질병의 중증도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휴식·치료로 나을 수 있는 질병도 중대재해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경영책임자 범위 등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한다. 법에서 경영책임자는 통상 대표이사 또는 안전담당 이사로 규정하는데, 경영책임자를 따로 선임한 경우 대표이사가 처벌 대상이 되는지 모호하다.

또 재계는 중대산업재해 관련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내용이 불명확해 어느 수준까지 의무를 이행해야, 법을 준수한 걸로 인정하는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시행령 제4조 제3호의 ‘충실하게’, 제4호 및 제8호의 ‘적정한’ 등의 모호한 표현은 형사처벌의 구성요건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단 기업들은 법 시행 여부를 떠나 안전 관리에 전방위적 조치를 서두르고 있다. 현대제철은 안전관리를 위한 사내 조직을 별도로 마련하고 외부 컨설팅 등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도 안전부문 인력을 증원하고 안전교육 및 평가를 내실화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해 12월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안전경영 가이드북’을 발간하는 등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계는 여전히 불안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자칫 예방보다 처벌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걱정한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지난해 12월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중소기업의 경영상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잘 살펴달라”고 강조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도 지난 22일 기자 간담회에서 “중대재해법 처벌 정도가 아직 명확지 않아 기업 입장에서는 내가 처벌받을 확률이 생기면 겁을 먹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경총과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0월 314개 기업(50인 이상)을 설문한 결과, 법 시행 시 예상되는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의무범위가 과도하게 넓어 경영자 부담 가중’ ‘종사자 과실로 재해가 발생해도 처벌 가능’ ‘형벌수준이 과도해 처벌 불안감 심각’ 등이 꼽혔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