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5일 중앙선대위 국민소통본부 주최로 온라인 전국 청년간담회를 개최했다. 당초 행사에는 윤석열 대선 후보가 참석할 예정이라고 공지됐지만 윤 후보는 전화 스피커폰으로 인사만 해 참석자들 사이에서 거센 비판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국민의힘은 애초 윤 후보와 상의가 되지 않았던 일정이라 “참석 예정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4시 온라인 전국 청년간담회를 열었다. 현장에는 권성동 의원, 박성중 의원 등이 참석했다. 권 의원은 앞서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이날 간담회에서 사회자는 권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소개했다.
권 의원은 윤 후보 지지율이 떨어진 것과 관련해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영입과 당내 지도부 분란을 꼽았다. 또 후보의 발언 실수 및 후보 부인의 문제도 원인으로 진단했다.
권 의원은 “저도 2030의 사고를 피상적으로만 알았다”며 “청년들은 사람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메시지를 보고 지지여부를 결정한다”고 자성의 뜻을 밝혔다.
권 의원의 질의응답이 이어지자 온라인으로 접속한 한 여성은 “그걸 알면서 이준석을 내치나”라고 발언했다. 권 의원은 당황한 듯 “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간담회가 진행됐지만 참석 예정이라던 윤 후보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일부 참석자가 윤 후보는 언제 오느냐고 물었고 권 의원은 윤 후보에게 전화를 연결했다.
윤 후보는 휴대전화 스피커폰으로 “제가 가야되는데 당사에 긴급한 일이 있어서 가지 못했다. 다 같이 뜁시다”라고 말했다. 윤 후보의 말이 끝나자 권 의원은 “네 감사합니다. 자 박수”라며 박수를 유도했다.
윤 후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온라인 참석자가 “아직 정신 못 차렸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거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윤 후보와의 전화 연결 이후 권 의원은 간담회 자리를 떠났다.
박 의원은 간담회 말미에 “윤석열 기사를 네이버에서 검색해 좋은 기사에는 좋아요를, 나쁜 기사에는 화나요를 눌러 달라”고 말했다. 오전 10시반에서 12시, 오후 4시에서 6시 사이에 클릭해 달라며 구체적인 시간대를 언급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또 “기사 댓글 중에도 좋은 것은 좋아요를 누르고 나쁜 것은 싫어요 표시를 하면 제일 좋아요가 많은 것이 상단에 뜬다”면서 “젊은 여러분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현재 SNS 전쟁은 손가락 혁명군에 의해 결정된다. 하루 3번씩 들어가서 10개 정도 기사에 좋아요, 싫어요를 표시해주면 전체적 여론은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참석자는 “크라켄이 그런 여론조작을 잡는 것 아닌가?”라는 글을 화면에 띄우기도 했다. 크라켄은 국민의힘이 댓글 등으로 온라인 여론을 조작한 ‘드루킹 사건’의 재발을 막겠다며 자체적으로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국민의힘 “공지 잘못 돼…尹 참여예정 없었다”
이날 청년간담회 진행 과정에서 몇몇 참석자들은 비판적인 글을 채팅방에 올렸다가 강퇴당했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인증글을 올리기도 했다.
윤 후보의 스피커폰 연결 논란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입장문을 내고 “윤 후보의 금일 회의 참석은 예정돼 있지 않았다”면서 “소통본부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공지를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참석자들을 실망시켜드린 점에 선거관계자들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금일 빚어진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와 상의가 되지 않았던 일정”이라며 “전화 연락을 받고 후보는 격려 차원에서 말을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간담회 후 곽승용 국민의힘 선대위 정책본부 청년보좌역은 페이스북에 “오늘 진행된 청년간담회를 보고 청년보좌역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라는 본분에 따라 마지막으로 제언드린다. 청년들은 후보교체를 원하고 있다. 이것이 제가 파악한 청년들의 여론”이라고 말했다.
장예찬 선대위 청년본부장은 “이번 행사는 청년보좌역은 물론 청년본부 실무자 그 누구와도 사전 조율되지 않았다”며 “선대위 일정팀조차 모르고 후보에게도 보고되지 않은 일정이었다”고 말했다. 장 본부장은 “이번 청년간담회 사태는 후보 의지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전개됐다. 후보조차 모르는 일정을 마치 후보가 참여할 것처럼 잘못 알려 많은 청년들이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다”며 박 의원의 사과와 퇴진을 요구했다.
행사 주최를 총괄한 박성중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국민소통본부장은 “윤 후보의 공식일정에 포함되지 않은 행사였다”며 “오후1시쯤 후보가 잠시라도 참석할 수 있을지 타진한 결과 ‘보고는 하겠지만 참석이 쉽지 않다’는 답변이 있어 제가 참석 가능성이 낮지만 준비는 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실무자가 참석 예정으로 문자를 잘못 보냈다. 최종적으로 회의 30분 전 (윤 후보가) 참석하기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으나 이 내용을 참석자들에게 제대로 공지 하지 못했다”며 “행사 진행의 불찰로 물의를 빚게 되어 책임을 지는 것이 도리”라고 사의를 표명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