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이 그리는 모빌리티의 미래는… 로보틱스·메타버스와의 만남

입력 2022-01-05 16:08 수정 2022-01-05 16:13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로봇 개 '스폿'과 함께 무대 위로 등장하는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세계 최대 전자·IT전시회 ‘CES 2022’가 열리기 하루 전인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파란색 스웨터와 면바지 차림으로 무대에 오르는 그의 곁에는 로봇 개 ‘스폿(Spot)’이 함께 했다. 정 회장은 “로봇이 점점 인간과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가 매일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언젠가는 사람들이 모두 스폿을 데리고 다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스폿은 현대차에서 지난해 6월 인수한 미국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했다. 노르웨이 가스·석유탐사업체 ‘아커BP’에서 시설 점검과 가스유출 확인 업무 등을 수행했다.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 현대차 제공


여기에다 현대차는 이번 CES에서 현존하는 로봇 가운데 인간과 가장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를 선보였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작품인 아틀라스는 앞으로 달 탐사프로젝트 등에 투입돼 인간을 대신해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가 올해 CES에서 제시한 미래 비전은 ‘로보틱스’다. 로보틱스의 핵심 중 하나가 스폿, 아틀라스 같은 ‘지능형 로봇’이다. 정 회장은 “미래 모빌리티 기술은 로보틱스 기술로 발전할 것”이라며 “로보틱스는 우리의 생활, 사업 영역의 모든 부분을 연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서 정 회장은 ‘로봇’이란 단어만 50번 가까이 말했다.

플러그앤드라이브(PnD) 모듈. 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로보틱스의 일환으로 플러그앤드라이브(PnD) 모듈도 공개했다. 모터, 조향, 서스펜션, 브레이크, 환경인지 센서를 하나로 결합한 일체형 모빌리티다. 지능형 조향, 주행, 제동, 360도 회전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작은 테이블부터 커다란 컨테이너에 이르기까지 어떤 사물이든 이동시킬 수 있다. 향후 ‘움직이는 팝업스토어’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베드. 현대차 제공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는 바퀴가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몸체의 높낮이를 자유롭게 조절하는 DnL모듈을 적용했다. 유모차나 서빙로봇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현대차는 PnD 모듈, 모베드 등의 로보틱스 기술로 모든 사물에 이동성을 부여하는 ‘사물 모빌리티(MoT·Mobility of Things)’ 생태계를 구현하겠다는 미래 비전도 밝혔다. 정 회장은 “만화나 영화에 등장했던 로봇은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됐다. 현대차는 스마트 모빌리티 제공자로서 로봇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앞으로 출시될 모빌리티 기기와 서비스에는 로봇 기능이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4일 CES에서 로보틱스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또한 정 회장은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메타모빌리티’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모빌리티(이동수단)에 메타버스 플랫폼을 연결해 인간의 이동범위를 가상공간으로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자동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은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속하는 스마트기기 역할을 한다. 메타모빌리티가 현실화하면, 한국의 엔지니어가 자동차 안에서 메타버스에 구축해 놓은 중국 공장(스마트팩토리)에 접속해 작업할 수 있다. 현대차는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함께 스마트팩토리를 현실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 회장은 “메타버스는 곧 우리에게 중요한 공간이 될 것이다. 현대차는 로보틱스와 메타버스를 접목한 메타모빌리티를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확정하고, 이런 비전으로 인류 이동에 대한 진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현대차는 2018년 CES에선 자율주행, 2020년엔 UAM 비전을 내놓았었다. 도로에서 하늘로, 하늘에서 다시 가상세계로 모빌리티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