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확진자 발생률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학원·독서실 등에 대한 방역패스에 제동을 걸자 방역당국이 “백신의 감염예방 효과는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같은 통계를 놓고 법원과 정부의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이라 본안 1심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5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법원에서 말한대로 백신의 감염예방효과는 60~65% 수준”이라며 “미접종자가 100명 감염될 때 접종자는 40명 정도 감염되는 상황이다. 당국과 전문가들 입장에서는 굉장한 큰 차이이고, 감염재생산지수가 반 이하로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 반장은 “백신에 방역패스, 거리두기 등을 조합하면 감염재생산지수(확진자 1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나타낸 지표)를 1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다”면서 “미접종자의 치명률이 접종완료자에 비해 5배나 높은 상황에서 중환자실 치료 여력을 보전하고 사망을 줄인다는 측면에서도 접종은 상당히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에서 어떤 근거로 감염확률 차이가 현저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는지 저희로서도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2월 26일부터 12월 11일까지 내국인 4666만8156명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효과를 분석한 결과, 미접종자의 감염 위험이 접종 완료군의 2.3배, 중증으로 악화할 확률은 11배, 사망 위험은 9배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는 12세 이상 미접종군의 감염 발생률은 10만명 당 22.91명이지만, 2차 접종 완료군은 9.83명으로 57%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
미접종군의 위중증 환자 발생률은 10만명 당 0.44명으로, 접종완료군의 0.04명보다 11배 높았고, 사망자는 미접종군과 접종완료군이 각각 0.09명, 0.01명으로 9배의 차이를 나타냈다.
전날 학원 등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정지를 결정한 법원은 해당 통계를 놓고 정부와 상반된 해석을 내놓았다.
재판부는 “2021년 12월 2주 차에 12세 이상 백신접종자 집단의 코로나 감염 위험이 약 57% 적다는 국내 통계 자료가 있지만, 이는 미접종자가 코로나에 감염될 확률이 약 2.3배 크다는 정도여서 그 차이가 현저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미접종자가 접종자에 비해 감염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기본권을 제한할 정도의 격차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백신 미접종자라는 특정 집단의 국민에 대해서만 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불리한 처우를 하려면 객관적이고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백신 접종자의 이른바 돌파 감염도 상당수 벌어지는 점 등에 비춰보면 시설 이용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백신 미접종자가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위험이 현저히 크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코로나19 치료제가 도입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백신이 적극 권유될 수 있지만, 그런 사정을 고려해도 미접종자의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은 충분히 존중돼야 하며 결코 경시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학원 등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정지 조치는 4일 0시부터 본안소송 1심 판결 전까지 유지된다. 정부는 방역패스 적용이 중단된 해당 시설에 대해서는 이번 주 중 추가 방역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한 본안소송에서도 방역패스의 적용 필요성에 대해 소명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