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최근 주택 매매시장은 서울에서 수도권, 전국으로 매수심리 위축이 연쇄 확산되고 가격 하락 지자체 수도 확대되는 등 지역과 무관하게 하향 안정세로의 전환에 가속도가 붙었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신년사에서 “최근 주택 가격 하락세를 확고한 하향 안정세로 이어가겠다”고 말한 것의 연장 선상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4일 “집값을 결정하는 모든 변수가 하방압력이 강하다”고 말하는 등 최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연일 ‘집값 하향안정론’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가 되면서 종전 최고가보다 하락한 거래가 수도권에서도 속출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런 현상이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와 수년간의 상승 피로감, 대선을 앞둔 관망세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지, 실제 집값이 하락 조정기로 전환한 것인지에 대해 시장 분석은 엇갈리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3월 대선을 의식해 ‘아전인수식’ 시장 진단을 쏟아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홍 부총리는 이날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울은 은평구, 강북구, 도봉구 3개 구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데 이어 전체 자치구의 76%가 하락 경계점 이내로 진입했다. 최근까지 가격 상승을 선도했던 신축 주택도 지난달 넷째 주에 하락 전환했다”고 밝혔다. 기재부에 따르면 최근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주간가격동향 조사에서 은평구와 강북구의 아파트 가격은 0.02%, 도봉구는 0.01% 각각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부동산원 조사의 시계열 자료를 분석해보니 지난해 한 해 동안 도봉구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6.39%였다. 은평구와 강북구 아파트 가격도 지난해 각각 5.55%, 3.85% 상승했다. 이 상태에서 0.01~0.02% 하락한 것을 두고 ‘하향 안정세’라고 진단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간 통계인 KB국민은행 월간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도봉구 아파트 가격은 19.94%, 강북구와 은평구의 아파트 가격은 각각 16.15%, 15.72% 올랐다.
홍 부총리는 주간 가격 상승률이 0.05% 미만으로 접어든 자치구를 묶어서 ‘하락 경계점’에 진입했다고 했는데 이 표현 역시 자의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속 100㎞로 달리던 자동차 속도가 30㎞로 낮아진다고 해서 후진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정부의 의도가 개입된 표현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에 이어 장관들까지 하루가 멀다고 집값 하향 안정 진단을 내놓는 것은 3월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실정 심판론’을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 내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상황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재산상 손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반대로 지나친 정부의 ‘구두개입’이 정부의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앞서 홍 부총리는 2020년 9월에도 “최근 주택시장은 안정화 추세가 지속·공고화되기 위한 중대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뒤 지난해 연말까지 KB국민은행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은 24.02%, 서울은 20.08% 각각 상승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