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작 이후 미국에서 어린이 10명 중 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오미크론 변이 확산의 영향으로 지난주 아동 신규 확진과 입원 사례가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오미크론 변이는 최근 미국 신규 확진자의 95% 이상에서 확인됐다. 전염력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중증도는 낮은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델타 변이를 대체하면서, 팬데믹 판도가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어린이 환자 급증
미국소아과학회(AAP)와 아동병원협회는 “지난주(지난 12월 23~30일) 아동 및 청소년 환자가 32만5340명 보고돼, 팬데믹 시작 이후 가장 높은 사례 수에 도달했다”고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직전 주보다 64%, 2주 전보다 100%가량 증가한 수치다.팬데믹 시작 이후 코로나19에 감염된 아동 및 청소년은 790만 명으로 확대됐다. 인구 10만명당 기준으로 환산하면 1만484명 수준으로, 10명 중 1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라고 AAP는 설명했다.
가을 학기가 시작한 지난해 9월 이후에만 280만 명 가까운 어린이 환자가 나왔다. 특히 오미크론 변이가 퍼지기 시작한 지난달 2일부터 4주 동안에만 85만8144명의 어린이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 방학에 돌입했는데도 확진자가 많이 증가한 것은, 연말 휴가철로 인한 지역사회 감염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 어린이 코로나19 환자는 최근 21주 연속 10만 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제발 아이들이 백신접종을 하게 하라”고 부탁했다.
한 달 만에 델타 몰아낸 오미크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일까지 1주일간 신규 확진자 중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95.4%로 나타났다고 이날 발표했다. 미국에서 처음 확진 사례가 보고된 지 한 달 만에 완전 지배종으로 등극한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 비율은 지난달 둘째 주 8.0%, 셋째 주 37.9%, 넷째 주 77.0%로 빠르게 치솟았다. 반면 델타 변이는 4.6%로 쪼그라들었다.
뉴욕타임스(NYT) 집계에 따르면 최근 1주일 기준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48만6000명을 넘어서며 2주 전보다 240% 가까이 증가했지만, 사망자는 1200명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오미크론 변이의 희망적인 면이 나오고 있다. 사례수가 급증했지만, 중증 사례는 그렇지 않았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런 데이터가 팬데믹의 새로운 장을 알리는 신호라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모니카 간디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완전히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겠지만, 나의 희망은 오미크론이 많은 면역력을 일으켜 팬데믹을 끝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시카 저스트만 컬럼비아대 교수도 “여러 종류의 데이터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기 시작하면 현상이 유지되리라는 확신이 생기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저스트만 교수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기 때문에 여전히 병원에 가야 하는 절대 사례수는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 복지부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미국에서 코로나19 입원환자는 11만2941명으로 집계됐다고 CNN이 보도했다. 특히 어린이 입원환자도 하루 평균 672명으로 팬데믹 기간 최대치였다. CNN은 모든 연령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입원이 새로운 이정표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입원 사례 증가해 몇 주 어려울 것”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코로나19 대응팀과의 회의에서 “우리는 (감염) 사례 증가를 계속 보게 될 것이다. 오미크론은 전염성이 매우 높은 변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전에 본 어떤 것과도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부스터샷을 맞은 사람들이 있다. 여러분은 여전히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지만, 중증을 앓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감염) 사례와 입원이 계속 증가해 앞으로 몇 주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병상과 응급실, 중환자실을 차지하고 있다. 그곳은 (코로나19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곳”이라며 “제발, 제발, 제발 지금 백신을 접종하라”고 촉구했다.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중증 위험을 낮춰 의료시스템 마비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입원 환자 급증으로 의료 시스템에 비상이 걸린 지역도 늘고 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이날 입원 환자 숫자가 1년 전 정점인 5000명을 넘길 수 있다며 주 전역에 30일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화이자사 코로나19 알약 치료제 팍스로비드 구매량을 기존 1000만 개에서 2000만 개로 두 배 늘리라고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팍스로비드는 게임 체인저”라며 “이 나라와 우리 국민에게 미친 코로나의 영향을 극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