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경력 의혹이 불거졌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미술관 큐페이터로 일했던 적은 있지만 근무 기간을 이력서에 부풀려 적었다고 취지로 해명했으나 이 경력 자체가 가짜라는 주장이 미술관 관계자들로부터 나왔다.
4일 JTBC에 따르면 김씨가 근무했다고 주장한 미술관 ‘대안공간 루프’의 대표와 직원들 중 누구도 김씨를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씨는 2007년 수원여대에 제출한 경력증명서에 미술관 ‘대안공간 루프’ 학예실에서 4년간 큐레이터로 일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김씨가 1998년부터 경력을 시작했다고 기재한 것과 달리 미술관이 1999년 문을 열어 허위 경력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김씨는 지난달 26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일과 학업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다”며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선대위 또한 같은 날 큐레이터로 일한 건 사실이란 내용의 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미술관 측은 김씨의 이력이 확인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내부에서 발급한 경력증명서 등 기록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근무한 관계자들도 김씨를 보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1999년 해당 미술관에서 근무했던 김인선 전 대안공간 루프 학예사는 “저랑 일을 하거나 마주친 적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2000년 이후 근무했던 다른 학예사들도 “저희가 다 젊은 사람이고, 또 서로서로 아는 사람이 모인 공간이기 때문에 거기 모인 사람들은 서로 다 알고 지냈다”며 김씨는 그곳에 없었다고 말했다.
1999년 해당 미술관을 만든 전 대안공간 루프 대표인 서모씨 또한 “(재직)연도가 잘못된 것과 4년 부풀리기는 확실하다”며 “4년 동안 1년에 한 번씩 나왔어도 4년 정도 했으면 제가 기억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씨는 앞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씨가 미술관 여는 걸 도왔다고 말했던 것과 관련해선 “제가 잘못 알았다. 확인을 잘못했다”고 번복했다. 다만 김씨와는 2005년쯤 두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는 모두 큐레이터가 아닌 ‘작가 김명신’으로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증명서가 발급된 2006년 미술관을 담당했던 윤재갑 전 대안공간 루프 대표 역시 “(김씨는) 큐레이터가 아니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자원봉사자나 뭐 그런 게 있을 수는 있어도 98년부터 근무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곳 큐레이터는 제가 다 알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후보 캠프는 “김씨가 사과할 때 밝힌 내용 외에 더는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