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덜미 점이…” 美 예비의대생 눈썰미가 목숨 살렸다

입력 2022-01-05 00:07 수정 2022-01-05 00:07
휴대전화에 적힌 메시지를 보여주는 포포비치. npr 홈페이지 캡처.

미국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경기를 보고 있던 예비의대생이 뛰어난 관찰력으로 하키팀 관계자의 목숨을 살린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여대생 나디아 포포비치(22)는 워싱턴주 시애틀의 클라이밋 플레지 아레나에서 밴쿠버 캐녹스와 시애틀 크라켄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그러다 포포비치는 우연히 밴쿠버 캐녹스팀의 장비 관리 매니저 브라이언 해밀턴의 목에 있는 점을 보게 됐다.

병원 종양병동 등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점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던 포포비치는 해밀턴의 목에 있는 점의 모양이 이상하다고 느껴 계속 관찰하기 시작했다. 점의 크기는 작았지만 불규칙하게 솟아오른 듯한 모양새가 전형적인 흑색종의 형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양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포포비치는 해밀턴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 포포비치는 휴대전화에 전하고픈 말을 작성한 뒤 해밀턴이 자신을 볼 수 있도록 손을 흔들며 주의를 끌었다. 휴대전화에는 “목 뒤에 있는 점이 암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의사에게 진찰받으세요”라는 메시지를 적었다. 포포비치는 해밀턴의 눈에 잘 띄게 하려고 ‘점’ ‘암’ ‘의사’라는 단어를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벤쿠버 캐넉스 Vancouver #Canucks 트위터 캡처.

마침내 해밀턴이 포포비치를 쳐다봤고 포포비치는 적어둔 메시지를 보여주면서 크게 읽어 내려갔다. 포포비치의 말을 들은 해밀턴은 팀 주치의에게 자신의 목에 있는 점이 이상하냐고 물었다. 이후 검사 결과 악성 흑색종 2기 판정을 받았다. 해밀턴은 흑색종을 비교적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받았고 현재 완치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 모를 여성의 도움으로 암을 조기에 발견한 해밀턴은 “내가 4~5년 동안 이 점을 그냥 내버려 뒀더라면 나는 더 살아있지 못했을 것”이라며 지난 1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어 “나는 그때 재킷도 걸치고 있었는데, 나의 점을 지적해준 여성이 어떻게 내 점을 봤는지 모르겠다. 그녀는 나에게 영웅이다”라고 고마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일 밴쿠버 캐녹스는 트위터에 ‘당신은 내 인생을 바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문제는 (내가) 당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는 것입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해밀턴의 목에 있는 점이 문제라고 알려준 여성을 찾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내 목에 있는 점은 악성 흑색종이었고 당신의 노력과 의사의 치료 덕분에 지금은 완치가 됐다. 당신이 휴대전화로 나에게 보여준 메시지는 내 기억에 영원히 남을 것이며 당신은 나와 내 가족에게 큰 삶의 변화를 줬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포옹하는 포포비치와 해밀턴. 벤쿠버 캐넉스 Vancouver #Canucks 트위터 캡처.

트위터에 글을 올린 지 몇 시간 되지 않아 포포비치의 엄마가 이 글을 보게 됐다. 그 덕분에 해밀턴은 포포비치를 찾아낼 수 있었고 두 사람은 경기장에서 재회해 포옹을 나눴다.

의과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던 포포비치는 밴쿠버 캐녹스와 시애틀 크라켄으로부터 장학금 1만 달러(약 1200만원)를 받았다. 포포비치는 “나의 메시지가 잘 전달됐다니 다행이다” “너무 감사할 뿐”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제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