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미접종 상태에서 백신 접종을 장려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정부가 내 동의 없이 정책 홍보에 이용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정부가 천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 문구만을 꼽아 ‘온라인 카드뉴스’를 제작·배포하면서 천 교수가 거센 비난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천 교수는 4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문화체육부의 사후 조치가 미흡할 경우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까지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사자 동의 없이 백신 접종 권고 홍보에 이용한 것에 대해 상당한 유감을 표하고 제대로 정정해줄 것을 정부 측에 요청했다”며 “백신 접종 자체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정부 정책을 비판해왔던 입장인데 정책 홍보모델을 자처할 리가 없지 않나”고 했다.
앞서 지난해 3월 정부의 정책 홍보 블로그와 정부 공식 트위터 등에는 ‘백신 빨리, 많이 접종하는 게 중요’하다는 문구와 함께 천 교수의 얼굴이 담긴 카드뉴스 게시물이 게재됐다. 천 교수는 “해당 문구는 내가 직접 한 말도 아니고, 인터뷰의 맥락과도 맞지 않아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일부를 편집해 전체 인터뷰 내용을 왜곡했다는 얘기다.
최근 이 카드뉴스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천 교수를 향해 “미접종자이면서 백신 접종을 권유하는 전문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천 교수는 지난달 31일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백신 패스를 적용하는 곳에 대한 형평성이 필요하다”며 “저는 사실 건강상의 이유로 1차 접종 밖에 못 했다”고 말했다.
이후 인터뷰에서는 코로나 백신 1차 접종만 한 데 대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생활이 곤란할 정도로 어지러움, 시력 저하를 겪었고 멍이 수시로 들고 저림 증상까지 나타나 일상 운동을 할 수 없는 부작용이 상당 기간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카드뉴스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3월 발행한 주간 간행물 ‘공감’에 실린 천 교수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만든 게시물로 확인됐다. 공감은 약 3만부가 발행되는 정부의 정책 홍보 간행물로 KTX와 관공서 등 다중이용시설에 보급된다.
당시 천 교수는 인터뷰에서 국내서도 백신 접종이 시작된 데 대해 “(백신 접종이) 다른 나라보다 조금 늦게 시작한 점이 아쉽다. 우리도 서둘러야 한다. 접종 속도와 접종률을 최대한 빠르게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정부는 백신 수급을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또 정부가 백신 접종 부작용과 안전성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거부감을 줄여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를 문체부가 ‘백신 빨리, 많이 접종하는 게 중요’라는 문구로 축약했고, 천 교수의 사진과 함께 배치하는 카드뉴스로 제작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인터뷰 내용을 카드뉴스로 재가공해 온라인으로 보급하는 것은 일반적”이라면서도 “사전에 카드뉴스로 제작될 수 있다는 점을 천 교수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을 수도 있어 조치 방안을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해당 인터뷰와 카드뉴스는 온라인에서 삭제됐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