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대선을 64일 앞두고 더욱 깊은 격랑 속에 빠져들고 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촉발시킨 선대위 쇄신 논란이 해결점은 찾지 못한 채 갈등은 증폭되는 모양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4일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장고를 이어갔다. 이틀째 공식일정을 취소한 것이다. 책임론이 확산되는 이준석 대표는 사퇴설을 일축했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가 심사숙고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며 “여러 사람으로부터 이 상황에 대해 조언을 듣고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후보는 현재 상황에 대해 본인 책임이 크다는데 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자신이 내놓은 선대위 쇄신 방안에 대해 윤 후보의 결단을 기다리는 스탠스를 취했다.
김 위원장은 광화문 사무실 앞에서 “윤 후보가 오늘(4일) 중으로 선대위 개편안을 결정할 것”이라며 “총괄상황본부 일원화 체제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후보의 답변이 늦어지자 김 위원장은 당사를 방문해 “후보가 아직은 최종 결심을 하지 않은 모양”이라며 “오늘내일 중으로 결말이 날 것”이라며 시한을 하루 늘렸다.
김 위원장은 이어 “윤 후보가 가장 답답할 것”이라며 “후보의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후보가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을 한다고 했으니 기다려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주도하고 있는 총괄상황본부의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도 윤 후보의 결단을 재촉했다. 임 본부장은 당사에서 기자들에게 “하루하루가 급하니 후보가 빨리 결정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일하는 사람이 많고 지휘하는 사람이 적은 게 좋은 조직인데, 가급적이면 실무자들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실무형으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모든 경우의 수를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와 가까운 한 의원은 “윤 후보는 김 위원장의 방침을 모두 수용하는 방안과, 김 위원장과 결별하는 방안 모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후보 최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은 당사 앞에서 “윤 후보가 언제 최종적으로 결정할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일단은 출근하지 않고 자택이든 밖이든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의 잠행에 당 내부에서는 당혹감이 감지됐다. 중진 의원들과 재선 의원들은 각각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나섰다. 초선 의원들은 5일 긴급 의원총회를 연다.
중진 회의를 마친 뒤 정진석 의원은 “선대위 쇄신과 관련해서는 후보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며 “이 대표가 최근 보여준 행보는 매우 비상식적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재선 의원들은 회의를 마치고 입장을 내놓았다. 김정재 의원은 “5일 의총을 소집을 요구할 것”이라며 “정권교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해당 행위를 자제해줄 것을 결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가현 강보현 기자 hyun@kmib.co.kr